안드레스 이니에스타(25)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는 첼시(잉글랜드)의 가파른 상승세를 잠재우는 극적인 동점골로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스페인)를 `꿈의 무대' 결승으로 이끌었다.

7일(한국시간) 첼시와 바르셀로나(스페인) 간 2008-20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이 열린 영국 런던의 스탬퍼드 브리지.
4만여석의 경기장 관중석을 푸른 물결로 물들인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시작된 이날 경기에서 첼시는 전반 9분에 터진 마이클 에시엔의 대포알 같은 선제골로 1-0 리드를 잡아 2년 연속 결승 진출 기대에 부풀었다.

1차전 원정에서 귀중한 0-0 무승부를 지휘했던 히딩크 감독도 후반 막판까지 1점차를 유지해 애제자인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결승 사제대결이 이뤄지는 듯했다.

호셉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들끼리 결승 대결을 하도록 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후반 20분 수비수 에릭 아비달이 상대 공격수 니콜라 아넬카와 볼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퇴장을 당하는 바람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패색 위기에서 바르셀로나를 구해낸 구세주는 이니에스타였다.

리그 득점 선두를 질주하는 사뮈엘 에토오(27골)와 `마라도나의 재림' 리오넬 메시(23골), 화려한 골잡이로 이름을 날렸던 티에리 앙리(19골) 등 3총사에게 상대적으로 가려 있었던 이니에스타가 후반 추가 시간에 일을 냈다.

후반 인저리타임 3분이 흐른 무렵. 왼쪽 측면을 돌파한 메시가 스루패스를 찔러주자 이니에스타는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달려들며 강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공은 그대로 왼쪽 골문을 상단으로 빨려 들어갔다.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은 준결승 탈락 위기에서 구해낸 이니에스타의 동점골에 기쁜 나머지 필드 외곽에서 힘차게 달리며 기쁨을 표시했다.

순간 히딩크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진 것과 대조적이었다.

부진에 빠진 첼시를 구하려고 지난 2월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 후임으로 첼시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 감독은 리그에서 선두 맨유를 위협할 만큼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지만 이니에스타의 결정적인 한 방에 할 말을 잃었다.

첼시는 막판 프리킥 찬스에서 골키퍼 페테르 체흐까지 상대 진영에 달려와 헤딩까지 가담했지만 1-1 균형을 깨는 추가골을 넣는 데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미하엘 발락의 슈팅마저 수비수 팔 부근을 맞아 핸드볼을 기대했지만 주심은 경기를 계속 진행했고 거칠게 항의하던 발락에게는 옐로카드만 돌아왔다.

올 시즌 정규리그 100골을 채우는 매서운 화력을 뽐냈던 바르셀로나는 3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며 트레블(정규리그.챔피언스리그.FA컵) 기대를 부풀릴 수 있게 됐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국왕컵(코파델레이) 결승에 올라 있고 정규리그에서는 우승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23일 세비야와 일전 때 1골 3도움의 불꽃 활약으로 4-0 완승에 앞장섰던 이니에스타.
스타들에게 가려 있었던 이니에스타는 적지에서 귀중한 동점골을 사냥하며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소속팀을 결승에 올리며 꿈의 무대에서 주연으로 우뚝 섰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