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높이의 경기'다. 블로킹 리바운드 등 골밑싸움은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08-2009 동부프로미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을 보면 더욱 그렇다.

올해 새내기인 센터 하승진의 활약에 따라 소속 팀인 KCC(2승1패)는 물론 경쟁팀인 삼성도 웃고 운다. 하승진에게 골밑을 내주지 않기 위해 반칙작전이 승부의 열쇠로 떠올랐다. 'Hack a shark(샤킬 오닐을 막아라)'를 빚댄 'Hack a Ha(하승진을 막아라)'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농구는 센터,포워드,가드 등의 포지션을 가진 5명이 한 팀을 이룬다. 모든 포지션이 중요하지만 최근 챔피언전을 보면 센터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센터의 슛 블로킹은 상대방의 기를 꺾고,리바운드는 공격의 물꼬를 트며,훅슛이나 덩크슛은 가장 쉬운 공격 루트이자 득점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센터들은 거구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민첩성이 떨어지고 체력 소진이 심한 게 단점이다.

하승진의 체격은 독보적이다. 221.6㎝에 몸무게는 140㎏으로 골밑이 꽉 찬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유연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때문에 국내 남자 농구계에서 한기범(207㎝)-서장훈(207㎝)을 이을 재목으로 평가된다. 하승진에게 공이 가면 점수로 이어지거나 외곽으로 패스를 해 3점슛 기회가 생긴다. 센터 한 명에 수비수 두 명이 둘러싸기 때문에 공격 공간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얘기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5개였던 하승진의 자유투는 2차전에서 10개,3차전에서는 18개로 불어났을 정도로 상대팀은 그의 공격을 파울로 차단하기에 급급하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유명 센터가 즐비하다. 1990년대 'NBA 4대 센터'로 꼽히는 하킴 올라주원(휴스턴 로키츠 · 213㎝),데이비드 로빈슨(샌앤토니오 스퍼스 · 216㎝),패트릭 유잉(뉴욕 닉스 · 213㎝),알론조 모닝(마이애미 히트 · 208㎝) 등이 시대를 풍미한 데 이어 2000년 들어 샤킬 오닐(피닉스 선즈 · 216㎝),팀 던컨(샌앤토니오 스퍼스 · 213㎝),야오밍(휴스턴 로키츠 · 229㎝) 등이 팀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진수/김주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