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KIA)은 22일 두산과 경기를 마치고 난 뒤 말을 아꼈다.

이틀 연속 9회 역전패하면서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최희섭은 `KIA의 희망'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최희섭은 2-3으로 뒤지던 8회말 1사 1루에서 두산 투수 임태훈의 5구째를 통타, 우중간 관중석 깊은 곳으로 공을 날려보냈다.

비거리 125m 투런 역전 홈런이었다.

마무리 투수 한기주가 1점차를 지키지 못해 빛은 바랬지만 필요할 때 `한방'을 때려주는 4번 타자라는 신뢰감을 심었다.

벌써 홈런 6개를 때린 최희섭은 최준석(두산), 디아즈(한화)와 함께 홈런 공동 선두에 올랐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 탓에 1, 2군을 들락거렸다지만 지난 시즌 내내 때려냈던 홈런 6개를 일찌감치 넘어설 태세이다.

0.306에 이르는 타율 역시 김원섭(0.388)에 이어 팀에서 두번째이다.

최근 5경기에서 22타수9안타, 타율 0.409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5경기에서 친 안타 9개 가운데 3개가 홈런이다.

삼진도 최근 5경기에서 4개 뿐이다.

이전 11경기에서는 13개를 당해 경기당 1차례 이상 삼진으로 돌아섰던 최희섭은 '삼진 단골'의 불명예도 벗어던질 조짐이다.

그만큼 최희섭 지난 시즌과 확연히 다르다.

최희섭은 "나는 이제 메이저리거라는 생각을 버렸다"고 설명했다.

"작년 가을부터 철저하게 반성하고 국내 투수들을 분석했다"는 최희섭은 "국내 투수들의 변화구는 세계적이라고 생각한다. 한순간이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휩쓸려가기 때문에 수 싸움에서도 지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덧붙였다.

이날도 최희섭은 임태훈에게 투스트라이크 원볼로 몰렸지만 4구째 몸쪽에 파고드는 공에 손을 대지 않고 골라냈다.

두산의 김경문 감독도 "희섭이가 예전에는 그런 공에 방망이가 나갔는데..."라며 최희섭의 달라진 모습에 입맛을 다셨다.

선발 투수진은 8개 구단 최강이지만 뒷문이 허약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KIA로서는 지금 어느 때보다 `해결사'가 필요하다.

현재 그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선수는 최희섭일 수밖에 없다.

(광주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