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가 자존심을 걸고 유럽골프투어의 강호들과 제주에서 격돌한다.

유럽골프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이 23일부터 나흘간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장(파72.6천721m)에서 열려 한국과 유럽 선수들이 실력을 겨룬다.

작년에 이어 2회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를 비롯해 초대 챔피언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 헨릭 스텐손(스웨덴) 등이 제주를 찾는다.

세번째 한국을 방문하는 엘스는 물 흐르듯 유연한 스윙으로 1994년과 1997년 US오픈, 2002년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한 정상급 선수로 무릎을 다쳐 한때 슬럼프에 빠졌지만 2008년 혼다클래식 우승으로 점차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

세계랭킹 9위 스텐손은 지난 3월 WGC CA챔피언십에서 진흙탕에 빠진 볼을 치기 위해 속옷만 입고 골프채를 휘둘러 화제가 된 선수이기도 하다.

이밖에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프레드 커플스(미국) 등도 출전해 한국팬들에게 인사한다.

이에 맞서는 한국 선수들은 35명.
1회 대회 때는 한국 선수들이 홈코스의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참패를 당했다.

한국 골프의 간판 최경주(39.나이키골프)가 공동 24위에 머무는 등 한국 선수들은 단 한명도 톱10에 들어가지 못했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24.나이키골프)이 공동 5위에 오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최경주, 앤서니 김도 출전하지 않아 국내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선수들이 유럽연합과 맞서야 한다.

한국골프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선수들에게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지난 해 상금왕 배상문(23)은 중국에서 열린 KPGA 개막전 KEB 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 6위에 올랐지만 다음 대회인 토마토저축은행오픈에서 컷 탈락하는 수모를 당해 이번 대회에서는 상금왕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작년 한국프로골프 대상을 받았던 김형성(29)은 브리티시오픈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토마토저축은행오픈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샷 감각을 끌어 올렸다.

또한 작년 아시아투어 미디어 차이나 클래식에서 우승한 노승열(18)도 두번째 우승을 꿈꾸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뒤질세라 관록의 샷을 보여주고 있는 강욱순(43.안양베네스트)은 토마토저축은행오픈 우승으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선수들의 실력 못지않게 이번 대회의 최대 변수는 역시 변덕스러운 제주의 날씨다.

작년 3월에 열린 1회 대회 때는 강한 바람에 선수들이 고생했기 때문에 올해는 4월로 개막 날짜를 잡았다.

개막 일정을 늦춘 만큼 날씨는 더 따뜻해질 수 있지만 러프가 길어 결코 쉽지 않은 코스가 될 것이라고 대회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총상금 210만유로가 걸려 있지만 한국프로골프협회 정규 대회로 인정받지 못해 한국 선수들이 상금을 타더라도 KPGA 상금 랭킹에 반영되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