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골프 2라운드에서 11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신들린 샷을 때린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은 10일(현지시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의 유망 신인 투수 닉 아덴하트(22)의 비극적 죽음에 자극을 받았다고 경기 후 소감을 전했다.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린 앤서니 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 식사를 하면서 위대한 야구선수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었다"며 지난 9일 밤 미국 캘리포니아주 풀러튼에서 승용차를 타고 가다 음주운전 차량에 받혀 애석하게 숨진 아덴하트를 언급했다.

아덴하트는 고교 2학년 때인 2003년 '베이스볼 아메리카'에 '최고의 16세 선수'로 뽑힌 뒤 2004년 드래프트를 통해 에인절스에 입단한 신인 유망주로 9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와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 나서 사고를 당했다.

앤서니 김은 "그 기사를 읽으면서 내 스스로 자책과 함께 다짐을 했다.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내 생애 최고의 꿈이다.

보기를 하고, 쓰리 퍼팅을 했다고 울적할 이유가 없다.

매 게임을 즐기자. 나와 부모님이 열심히 해온대로 그대로 즐기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앤서니 김의 다짐은 경기에서 그대로 실행돼 전날 1라운드에서 3오버파로 부진했던 그는 이날 2라운드에서는 7언더파를 몰아치며 중간합계 4언더파 140타를 기록, 선두권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최상의 컨디션으로 버디쇼를 선보여 '마스터스 라운드당 최다 버디수 기록'인 11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앤서니 김은 이어 "(아덴하트에 관한) 기사는 맨끝에 `22살의 젊은 나이일지라도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여러분은 매사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맺었다"면서 "쓰리 퍼트에 더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즐겁게 게임에 임하자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앤서니 김은 신들린 `버디행진'을 하면서도 9번홀(파4)에서 보기, 10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당황하기 보다는 냉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그는 갤러리들 속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보고 계시던 부모님을 보면서 안정을 되찾았다고 당시 순간을 전했다.

그는 이어 "게임 내내 `흔들리지 말자(stay steady)'고 계속 다짐을 했다"면서 "9번홀에서 보기를 범하고, 10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면서도 계속 침착하자고 다짐했다"고 전한뒤 "첫번째 목표는 컷 통과이고, 그 다음엔 토.일요일에 승부를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앤서니 김의 부모는 지난 5일 저녁 앤서니와 함께 오거스타에 도착해 골프장 인근의 개인집을 빌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돕고 있다.

앤서니 김의 부친인 폴 김(한국명 김성중)씨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앤서니가 자신을 위해 전세낸 경비행기를 부모님이 꼭 이용하도록 하는 등 효심이 깊다"면서 "특히 동양얼굴을 가진 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그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며, 연습도 많이 하고 있는 만큼 내년쯤 부터는 성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앤서니 김은 마스터스 출전이 자신의 꿈이자 목표라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입증하듯 한달전 코스 적응을 위해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 연습차 왔으나 다음날 비가 심하게 내리는 바람에 그냥 돌아간 일화가 있다.

그만큼 내심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