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가 2008-2009 시즌 개막 한 달이 지났지만 열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주중 컵대회인 `피스컵 코리아 2009'가 8일까지 2라운드를 마친 가운데 총 10경기에 4만181명(경기당 평균 4천18명)이 입장해 지난해 평균 6천966명보다 무려 42.3%나 줄었다.

정규리그 관중 상황도 좋지 않다.

4라운드까지 총 28경기에 43만5천22명(평균 1만5천537명)이 찾아 작년 같은 기간 1만7천124명보다 9.3% 감소했다.

강원 FC가 `제15구단'으로 새롭게 K-리그에 참가하면서 흥행을 기대했지만 시즌 초반 관중 성적은 참담하다.

이와 달리 프로야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쾌거 호재 덕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4일 개막전에는 전국 4개 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면서 8일까지 총 16경기에 25만93명이 야구장을 방문해 작년 같은 기간의 17만5천426명보다 43%의 증가율을 보였다.

열기가 차갑게 식어 내린 프로축구와 대조적이다.

국내 프로 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축구와 야구의 명암이 이처럼 극명하게 교차하는 것은 국제대회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

야구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면서 프로야구 관중 525만명으로 13년 만에 500만 관중 시대로 복귀했다.

여세를 몰아 WBC 준우승으로 야구 열기에 또 한 번 불을 지폈다.

`WBC 영웅'들을 보려는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반면 축구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때 기대가 컸던 대표팀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선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3승2무로 불안한 B조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축구팬들의 시원한 공격 축구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WBC 열풍과 프로야구 개막은 프로축구 흥행에 직격탄이 됐다.

K-리그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7일과 8일에는 총 7경기에 15만7천945명(경기당 평균 2만2천564명)이 `녹색 그라운드 열전'을 즐겨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역대 최다인 294만5천400명을 동원했던 지난해 개막전보다 적지 않은 인파였다.

그러나 WBC의 최대 빅매치였던 한일전이 이어진 데다 지난 4일 프로야구가 개막하자 프로축구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설상가상으로 세계적인 경제 침체 여파로 프로축구 구단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

또 지난해까지 연간 35억원을 후원했던 삼성전자가 타이틀 스폰서를 포기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회장 곽정환)은 부랴부랴 회장사가 컵대회 스폰서를 맡도록 했지만 정규리그 타이틀 스폰서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여기에 FC 서울의 간판 공격수였던 박주영(AS모나코)이 지난 시즌 중 프랑스 무대로 떠났고 대표팀의 간판 골잡이였던 이근호(주빌로 이와타)와 조재진(감바 오사카)이 `아시아쿼터제' 도입 여파로 일본 J-리그로 진출해 K-리그의 `스타 기근'을 불러왔다.

또 최고의 흥행을 자랑하던 지난해 챔피언 수원 삼성과 유일한 서울 구단인 FC 서울이 시즌 초반 심각한 슬럼프를 보이고 있다.

개막 후 2연승으로 신생팀 돌풍을 일으켰던 강원 FC마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최근 3연패 부진에 빠졌다.

구단들도 어려운 재정 여건을 이유로 공격적인 관중 마케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8일 성남-인천 컵대회가 치러진 성남종합운동장(수용규모 1만6천명)을 찾아 썰렁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이종애(37.여.성남시 고등동)씨는 "팬들이 융화되지도 않는 데다 경기 말고는 즐길 거리가 없다.

야구처럼 이벤트를 늘린다면 경기장을 찾는 재미가 더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