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3.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일본프로야구 정규 시즌 네 경기 만에 도중에 교체되는 수모를 당한 것을 두고 일본 언론은 '시범 케이스'라고 풀이했다.

요미우리 계열 '스포츠호치'를 비롯해 '스포츠닛폰' '산케이스포츠' 등은 8일 인터넷판에서 전날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 경기에서 이승엽이 삼진 2개를 당하고 4회에 교체된 사실과 요미우리가 이를 계기로 5-1로 시즌 첫 승을 거둔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일본 언론은 시범경기에서 홈런(8개)과 타점(17개) 1위에 오른 이승엽이 경기 초반 부진하자 곧바로 벤치로 부른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행동을 두고 '비정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선수들이 긴장을 잃지 않고 5회 대거 4점을 뽑아 이겼다는 내용도 잊지 않았다.

이승엽은 2회와 4회 주자가 득점권에 나간 상황에서 요코하마 우완 선발 투수 데라하라 하야토의 똑같은 커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대수비 요원으로 즉각 교체됐다.

하라 감독은 이에 대해 "컨디션이 좋은 베스트 라인업으로 맞서겠다"는 뜻이었다고 경기 후 밝혔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는 일찌감치 주전 라인업에서 빼 나머지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작정이었고 그 첫 희생양이 이승엽이었다는 뜻이다.

일본 언론은 5회 공격부터 그 여파가 미쳤다고 소개했다.

선두 타자로 나온 다카하시 히사노리가 번트 안타로 필사적으로 출루했고 개막전부터 부진했던 1,2번 타자 가메이 요시유키와 스즈키 다카히로가 각각 좌전안타와 볼넷으로 출루,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알렉스 라미레스, 아베 신노스케의 적시타가 잇달아 터져 요미우리는 4점을 뽑을 수 있었다.

이승엽이 개막 3연전을 포함해 4경기에서 몇 차례 부진하긴 했으나 첫 승리에 초조했던 하라 감독이 지나치게 이승엽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승엽은 4~5일 히로시마 도요카프와 2,3차전에서 솔로포와 희생플라이를 때려 두 차례나 결승타를 기록할 수 있었으나 구원 투수가 승리를 날렸고 결국 팀이 패하면서 빛을 잃었다.

삼진을 제법 당하긴 했으나 타격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았음에도 이승엽을 하라 감독이 '시범 케이스' 대상으로 삼은 것에 일본 언론이 적지 않게 놀란 것도 그런 이유다.

하라 감독은 지난해에도 이승엽이 개막 후 14경기에서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2군으로 보냈고 이후 100여일 동안 부르지 않았다.

부활을 위해 WBC 출전도 마다하고 소속팀 훈련에 매진했던 이승엽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개막 후 첫 10경기에서 사활을 걸겠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하라 감독이 일찍 조바심을 내면서 마음이 더 바빠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