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스코챔피언십 첫날 선두와 1타차 2위에 나섰던 오지영(21)이 둘째날 강풍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그에게 불운이 닥친 곳은 미션힐스CC 18번홀(파5).그 홀 그린은 워터해저드로 둘러싸여 있다. 해마다 우승자가 그 곳으로 뛰어들기 때문에 '챔피언스 레이크'로 불리는 연못이다.

그날 최대 시속 60㎞의 거센 바람이 불었다. 볼을 그린에 올린 오지영은 마크하고 닦은 뒤 리플레이스하고 볼 뒤로 가 퍼트라인을 살피려는 순간 볼이 바람에 밀려 구르더니 그린앞 연못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볼이 움직인 것은 순전히 바람 때문이었다. 바람은 규칙상 '국외자'가 아니다. 따라서 인플레이볼이 바람 때문에 움직이면 원위치시키지 않고,볼이 멈춘 자리에서 쳐야 한다. 오지영의 경우 그린에 올린 어프로치샷이 물속으로 빠진 것으로 간주된다.

볼이 워터해저드에 빠져 칠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오지영은 1벌타를 받고 다음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린에 잘 올린 샷이 바람 때문에 벌타를 초래한,흔치 않은 상황이 연출된 것.

그런데 문제는 다음에 또 일어났다. 오지영이 1벌타 후 어디에서 다음 플레이를 해야 하느냐는 점이었다. 미국LPGA투어 경기위원 더그 브레히트는 오지영에게 "볼을 리플레이스했던 그린에 놓고 치라"고 말했다. 오지영은 그 말을 따랐고,결국 그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그런데 그 경기위원은 3라운드 후 자신의 판정이 잘못됐다며 정정했다. 제대로 된 규칙해석이라면 오지영은 1벌타 후 ①볼이 최후로 해저드 경계선을 넘은 지점과 홀을 연결하는 연못 후방선상에 드롭하거나 ②연못 후방(티잉그라운드쪽)에 설치돼있는 드롭존에서 드롭하거나 ③어프로치샷을 한 지점으로 돌아가 샷을 하는 것 중 하나를 택했어야 했다. 경기위원 말대로 그린에 놓고 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인 것.그러나 경기위원이 한 번 판정했고,그 라운드가 끝났기 때문에 오지영의 플레이와 벌타는 그대로 인정됐다.

오지영은 2,3라운드에서 연속 6오버파를 친 끝에 첫날 2위에서 둘째날 18위,셋째 날 43위로 처졌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