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국보급 센터' 서장훈(35.207cm)이 플레이오프에서 센터로서 본연의 임무를 져 버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장훈은 별명이 말해 주 듯 2008-2009 정규리그에서 국내 선수를 대표하는 간판 센터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기록으로도 서장훈은 올 시즌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5.4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 하승진(평균 8.2개.KCC)에 이어 국내 리바운드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또 용병을 제외한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평균 득점(16.1점)을 올렸다.

그러나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골밑에서 활약하기보다는 외곽에서 자주 슛을 쏴 '센터 본연의 임무를 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서장훈은 30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원정 경기에서 포지션에 어울리지 않게 3점슛을 4개나 시도했다.

4개 가운데 2개가 림에 꽂혀 50%의 적중률을 보였지만 가드 황성인과 리카르도 포웰(이상 6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점슛 시도였다.

게다가 2차전에서 리바운드를 8개나 잡아내긴 했지만 지난 28일 1차전에서는 단 3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는 데 그쳤다.

전자랜드가 공격할 때도 서장훈은 KCC의 마이카 브랜드를 상대로 적극적인 매치업을 벌이지 않은 채 미들슛을 쏘거나 미스매치 상황에서야 골밑을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농구 팬들 사이에서 "서장훈이 센터 본능을 상실했다.

외곽 슛에 의존하지 말고 골밑에서 몸싸움을 더 적극적으로 하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전날 경기 도중 전자랜드 일부 동료에게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라고 다그치거나 상대팀 장내 아나운서에게 항의하는 장면도 목격돼 '팀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팬들의 우려까지 제기됐다.

'국보급 센터'라 부르기에 걸맞게 좀 더 신중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센터로서 면모를 보여달라는 팬들의 당부인 셈이다.

이에 서장훈도 할 말은 있었다.

서장훈은 외곽슛을 자주 쏜다는 지적에 대해 "3점슛은 공격 옵션 중의 하나다.

KCC처럼 높이를 갖춘 팀과 경기에서 키가 작은 상대나 용병이 나를 수비할 때 나올 수 있는 팀 작전이자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강점은 리카르도 포웰이 포스트 업을 하다 볼을 외곽으로 빼주면서 생길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미스매치 상황에서 비교적 정교한 중, 장거리 슛 감각을 갖춘 서장훈이 외곽슛 성공률을 더 높일 수 있고 또 서장훈, 포웰에게 집중 마크가 이뤄질 때 비교적 상대 수비가 느슨한 슈터들에게 볼을 돌려 외곽슛을 가동하는 작전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장훈은 또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221cm)과 맞대결에 대한 애로 사항도 털어놨다.

그는 "승진이는 기술과 경험으로 수비하기 어려운 체격을 갖췄다"면서 "어마어마한 신체에다 몸무게도 (나보다) 30kg은 더 나간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밀어내고 멀리서 리바운드를 잡게 하거나 공격 리바운드를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은 "(서)장훈이는 우리 팀의 대표 간판선수다.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선수라 선수들을 독려해야 하고 총대를 메고 있는 상황이다.

욕심 안내고 몸 안사리고 수비하면서 한층 성숙한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전주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