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극적인 한 방.'

타이거 우즈(34 · 미국)가 '골프 황제'로 대접받는 이유 중 하나는 꼭 필요할 때 버디를 노획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US오픈 우승 직후 무릎수술을 받느라 8개월여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결정적 한 방은 여전했다.

3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CC(파70) 18번홀.미국PGA투어 복귀 후 세번째 대회인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 우즈는 션 오헤어(미국)와 공동 1위로 마지막 홀 그린에 다다랐다. 오헤어의 버디퍼트가 홀옆에 멈추고,우즈의 퍼트 차례.홀까지 거리는 약 5m로 넣으면 우즈의 우승이고,못 넣으면 연장 돌입이었다.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와 함께 라인을 살핀 우즈는 신중하게 '프리 퍼트(pre putt) 루틴'을 한 뒤 스트로크를 했다. 퍼터헤드를 떠난 볼은 홀을 향해 굴러가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한 우즈는 캐디를 껴안으며 우승감격을 만끽했다. 최종라운드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오헤어에게 5타나 뒤져있었기 때문인지 우승 세리머니와 포옹 동작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강렬했다. 우승스코어는 4라운드 합계 5언더파 275타.
역시 우즈…마지막홀 5m버디 '대역전쇼'

우즈가 72번째홀에서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우승하자 외신들은 승부를 가른 그 퍼트를 '클러치(clutch) 샷'이라고 표현했다. 결정적 순간 어김없이 터지는 우즈의 한 방을 빗댄 말임은 물론이다.

우즈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도 바트 브라이언트와 공동 선두인 상황에서 마지막 18번홀을 맞이했다. 우즈는 그때도 올해보다 더 먼 8m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극적으로 우승컵을 안았다. 그리고 3개월 후 US오픈 때도 최종일 최종홀에서 4.5m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으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결국 우승했다. 다른 선수같으면 쉽지 않은 거리,만만치 않은 퍼트인 데도 우즈는 성공하고 만다. 그런 우즈의 카리스마에 경쟁자들은 제풀에 꺾이게 마련이다. 오헤어도 그 희생양 중 한 사람이 됐다.

투어복귀 세번째 대회에서 가장 우즈다운 방식으로 우승한 우즈는 다음 주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토너먼트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이 대회에서만 여섯번째 우승이고 올시즌 첫 승이다. 통산 66승째를 거둔 우즈는 198주연속 지켜온 세계랭킹 1위 자리도 유지할수 있게 됐다. 재미교포 케빈 나(26 · 타이틀리스트)는 데일리베스트인 66타를 친끝에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