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기량 차이는 거의 없다. 연기 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김연아는 정교한 점프와 유연한 몸놀림을 바탕으로 열정적인 무대를 꾸미는 반면 아사다는 고난도의 기술인 트리플 악셀을 내세우며 은은하고 우아하게 연기한다.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5회 우승의 기록을 갖고 있는 미셸 콴 미국 NBC 피겨스케이팅 해설자의 설명이다.

29일 막을 내린 2009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부문에서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를 큰 점수차로 누르며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두 선수는 여전히 숙명의 라이벌로 불린다. 이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신기할 정도로 닮았다. 김연아가 1990년 9월5일 경기도 군포에서 태어난 데 비해 아사다는 그로부터 20일 뒤 일본 나고야에서 출생했다. 키도 164㎝와 163㎝로 차이가 없다. 시즌중 체중도 45~47㎏ 사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국민들의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스타로 자리잡은 점도 다르지 않다.

이들이 첫 대결을 벌인 대회는 2004년 헬싱키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당시 아사다는 총 172.83점을 받아 김연아(137.75점)를 크게 앞서며 우승했다. 이후 치열한 공방을 벌이다가 2006~2007 시즌부터 시니어 무대로 뛰어들면서 이들의 대결은 세 계피겨 팬들의 최고 볼거리로 떠올랐다. 지난 5년간 두 선수의 국제대회 전적은 10전 5승5패.그야말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초기에는 아사다가 우세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중심축이 김연아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세계신기록(207.71점)을 세우며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반면 아사다는 점프 난조로 188.09점을 얻어 4위에 그쳤다. 하지만 여기가 끝은 아닐 것이다.

아사다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도전해 올 것이고 김연아는 더 숙련된 몸놀림과 안무로 대응할 게 틀림없다. 이런 점에서 두 선수는 단순한 경쟁상대가 아니라 보완관계에 가깝다. 외신들도 두 선수의 경쟁이 피겨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서로가 있기 때문에 실력과 인기가 상승작용을 하는 아름다운 라이벌인 셈이다. 덕분에 팬들은 두 '최고'가 만들어내는 드라마를 보며 환호하고 탄식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