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수와 심판들이 머릿속에 그어놓은 심리적인 한계선을 넘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김연아(19.고려대)가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2전3기 도전 끝에 역대 최고점인 207.71점을 받으면서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김연아의 우승은 한국 피겨의 역사를 새로 써 내린 위대한 업적일 뿐 아니라 2002-2003시즌부터 ISU가 시범 도입하기 시작해 자리를 잡은 신채점방식(뉴저징시스템)에서 처음으로 200점대를 돌파한 여자 싱글 선수가 되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신채점방식이 도입되고 나서 선수들이 190점대에 접어든 것은 2003년 11월 미국의 사샤 코헨이 기존 최고점이었던 178.77점을 깨고 197.35점을 얻으면서부터다.

이후 2005년 그랑프리 5차 대회 러시아컵에서 이리나 슬러츠카야(러시아)가 198.65점을 기록, 2년 만에 최고점이 깨졌고, 이듬해 12월 아사다 마오(일본)가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199.52점을 얻으면서 '200점 돌파'는 여자 싱글의 지상 과제가 됐다.

이날 현장에서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본 이지희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부회장은 "신채점방식이 도입되고 나서 그동안 아무도 깨지 못했던 심리적인 한계선을 넘어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국제 심판인 이 부회장은 "김연아가 이날 보여준 PCS(프로그램구성요소) 점수는 웬만한 남자 선수들도 얻기 어려운 점수"라고 칭찬했다.

그는 김연아가 200점대를 돌파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완벽한 점프 감각과 자신감을 손꼽았다.

이 부회장은 "이번 시즌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 점프에 에지 사용 주의를 요구하는 어텐션 마크가 붙으면서 점프 도약 때마다 에지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과감하게 도약하지 못한 느낌을 줬다"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컨디션이 좋다 보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자신감 있게 점프를 뛰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남자 선수들만큼이나 빠른 스피드로 도약을 시작해 뛰어난 높이를 유지하면서 공중에서 회전을 마치고 착지하는 과정까지 완벽하다는 게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심판들이 모두 김연아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 점프는 물론 스핀과 스텝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며 "음악에 대한 표현 능력도 대단하다.자신의 느낌을 관중과 교감하게 한다"라고 덧붙였다.

신기록을 달성한 김연아는 "점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막상 200점대를 넘으니까 좋은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앞으로 신기록을 다시 세울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뛰어넘지 못한다고 해도 지금의 느낌을 계속 비슷하게 유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