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19.고려대)가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200점을 돌파하면서 자신의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해 진정한 '피겨퀸'의 반열에 올랐다.

김연아는 29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치러진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1.59점을 얻어 쇼트프로그램(76.12점) 점수를 합쳐 총점 207.7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김연아의 점수는 지난 2006년 12월 그랑프리 6차 대회 'NHK 트로피'에서 아사다 마오(일본)가 세웠던 여자 싱글 총점 기존 최고점(199.52점)을 무려 8.19점이나 끌어올린 대기록이다.

특히 김연아는 2002-2003 시즌부터 기존 '6점 채점제'를 대신해 도입된 신채점방식(뉴저지시스템) 체제하에서 처음으로 200점대를 돌파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한 차례 점프 실수가 아쉬웠지만 뛰어난 점프 능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관객을 압도한 경기였다.

마지막조 4번째 연기자로 나선 김연아는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9.50점)를 완벽하게 뛰어 0.4점의 가산점을 챙겼고, 연이어 이나바우어에 이은 더블 악셀까지 안전하게 착지해 기세를 올렸다.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8.8점)에서도 1.0점의 가산점을 얻은 김연아는 플라잉싯스핀을 레벨 4로 돌고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까지 완벽하게 뛰면서 총점 200점 돌파를 예감했다.

스파이럴 시퀀스까지 레벨4로 마친 김연아는 트리플 살코우를 뛰려고 했지만 도약이 좋지 않아 더블 살코우에 다운그레이드까지 되면서 0.24점밖에 얻지 못했다.

잠시 템포를 놓친 김연아는 예정됐던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을 시작하려다 도입 부분을 놓치면서 콤비네이션 스핀으로만 연기를 했다.

김연아는 마지막 과제인 체인징 풋 콤비네이션 점프를 실행했지만 결국 필수 과제인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을 빼먹은 결과가 되면서 마지막 과제 점수가 0점으로 처리돼 210점대 진입을 눈앞에서 놓쳤다.

하지만 두 번의 실수도 김연아의 우승을 막지 못했고,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총점 200점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세계선수권대회 세 번째 도전 만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안았다.

시상대에 올라 뜨거운 눈물을 흘린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 세 번째 도전 만에 우승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라며 "시상대에 올라 애국가를 들으면 눈물이 나곤 해서 그동안 꾹 참았지만 오늘은 너무나 기다렸던 순간이라서 참지 못해 눈물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반면 김연아의 우승을 다퉜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는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의 두 번째 점프가 다운되는 등 점프 난조를 보이면서 총점 188.09점으로 4위에 그쳤다.

지난달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던 조애니 로셰트(캐나다.

191.29점)와 안도 미키(일본.190.38점)가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또 한국의 김나영은 총점 131.50점으로 17위에 오르면서 지난해 대회에서 거뒀던 19위보다 두 단계 올라섰다.

한편 김연아가 1위(랭킹포인트 1)를 하고 김나영이 17위(랭킹포인트 16)를 하면서 한국은 랭킹 포인트 합산 17점으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 2명의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게 됐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