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대표팀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꺾고 조 선두로 올라서며 44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 희망을 부풀렸다.

북한은 28일 오후 평양 김일성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5차전에서 후반 6분 박남철의 선제 결승골과 경기 종료 직전 문인국의 추가골로 UAE를 2-0으로 눌렀다.

지난달 11일 사우디아라비아를 같은 장소로 불러들여 문인국의 득점으로 1-0으로 이겼던 북한은 2연승을 거두며 3승1무1패(승점 10)가 돼 한 경기를 덜 치른 한국(2승2무.승점 8)을 제치고 조 선두로 나섰다.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8강 신화를 쓴 이후 월드컵 본선 무대와 인연을 쌓지 못했던 북한으로서는 44년 만에 세계 최고 축구잔치에 동참할 가능성을 키워 갔다.

반면 다섯 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UAE는 1무4패가 돼 남아공행은 힘들어졌다.

북한 대표팀은 남아공행의 분수령이 될 한국과 맞대결(4월1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을 위해 29일 오후 중국 선양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한다.

북한은 지난 사우디아라비아전과 똑같은 선발 라인업으로 UAE에 맞섰다.

정대세를 최전방에 세우고 좌.우에서 홍영조와 문인국이 받쳤다.

미드필더진은 지윤남, 박남철, 안영학, 차정혁으로 꾸렸다.

수비진에서는 리광천, 리준일, 박철진이 호흡을 맞췄고 골문은 리명국이 지켰다.

북한은 홈 팬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 처음부터 경기를 지배해 나갔다.

하지만 전반 30분 미드필드에서 찔러준 공을 정대세가 골 지역 오른쪽으로 달려들며 날린 오른발 슈팅은 각도를 좁히고 나온 골키퍼 마지드 나세르에게 걸리고, 39분 홍영조가 아크 왼쪽에서 감아찬 오른발 프리킥도 골키퍼가 쳐내는 등 UAE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전반 42분 정대세의 결정적 헤딩슛도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하지만 북한 관중은 정대세의 이름을 연호하며 힘찬 응원을 보냈다.

선수 교체 없이 후반을 시작한 북한은 초반 UAE의 공격에 잠시 흔들렸지만 박남철의 한 방으로 승부를 갈랐다.

후반 6분 UAE 진영 오른쪽에서 찔러준 공을 박남철이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로 잡아 돌려놓은 뒤 바로 왼발로 감아 차 골문 구석에 꽂았다.

이후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던 UAE는 뒤늦게 공세를 취했지만 북한의 철벽 수비를 뚫지는 못했다.

오히려 후반 34분 문인국이 아크 오른쪽에서 때린 오른발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북한이 추가 득점 기회를 놓쳤다.

김정훈 북한 감독은 승리를 확신한 듯 후반 43분 주전 공격수 홍영조를 빼고 최금철을 투입했다.

이후 북한은 후반 인저리타임에 지윤남이 페널티지역 왼쪽을 파고들어 내준 공을 문인국이 골 지역 오른쪽에서 쇄도하며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