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까이 진행된 야구축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24일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은 지난 대회보다 약해졌다는 평가에도 뛰어난 조직력과 강한 정신력으로 첫 대회 4강을 넘어 준우승이라는 예상 밖의 성적표를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경제 위기에 신음하던 국민은 `하면 된다'라는 정신력을 보여준 대표팀의 투혼에 환호했다.

국민의 삶이 고달플수록 스포츠가 국민 단합에 큰 역할을 한다는 `진리'도 확인시켜 줬다.

이제는 국내 프로야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희망을' 선사하겠다는 그 모토 대로 더욱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프로야구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지난해 한국 야구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땄고 프로야구는 그 여세를 몰아 13년 만에 관중 500만명 시대를 재현하면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던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WBC 준우승은 지난해 재도약의 기틀을 넘어 프로야구가 명실 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스포츠로 확고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인 셈이다.

김태균, 김현수가 타석에 서고 윤석민, 봉중근, 정현욱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며 이용규, 정근우가 바람을 일으키며 운동장을 달리는 모습을 보려고 팬들은 운동장을 찾을 것이다.

지난 시즌에도 `베이징 올림픽 전사'들이 대거 소속된 SK, 두산, 롯데, 삼성이 포스트시즌에 오르면서 프로야구의 폭발적 인기는 가을 잔치에서도 계속된 바 있다.

각 구단도 WBC 출전 선수들을 앞세운 각종 이벤트로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이벤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정 WBC의 열기를 프로야구 흥행으로 이어가려면 단기성 이벤트보다 전력 차를 줄여 `볼만한 경기'를 만들기 위한 구단 스스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본선에만 진출해도 다행이라는 일부의 우려 섞인 시각에도 한국이 결승까지 진출한 점이 많은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었던 것처럼, 프로야구가 더 많은 팬을 불러모으려면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들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즌 중반이 지나면서 이미 `가을 잔치' 탈락이 결정되는 상황이 매년 계속된다면 베이징올림픽과 WBC의 선전을 계기로 완성하려던 프로야구의 인기는 결국 `반쪽'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새로 취임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 역시 취임 일성으로 "프로야구가 더 발전하려면 전력 평준화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총괄기구로서 소명 의식을 갖고 몇몇 구단에 휘둘리지 않는 공평무사한 일 처리를 통해 야구팬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히어로즈 창단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과 `장원삼 트레이드 파동' 등은 KBO의 업무 미숙이 빚어낸 결과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때마침 올해 KBO의 수장이 유영구 총재로 바뀌었다.

유 총재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원한 `자율 총재'라는 점에서 프로야구계의 기대는 높다.

유 총재 역시 프로야구를 제대로 발전시켜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WBC에서의 선전에다 전력증대를 위한 구단의 노력 그리고 환골탈태하려는 KBO의 의지가 합해진다면 2009년 프로야구는 김인식 감독의 말대로 이전의 어느 프로야구 시즌이 가보지 못했던 `위대한 도전'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