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연장 접전 끝에 일본에 아쉽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무려 다섯 차례나 열렸던 이번 대회 한일전도 모두 끝이 났다.

상대 전적 2승3패. 그러나 한국과 일본간 야구 전쟁은 대회가 끝나더라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팀 일본은 물론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등 세계 야구강호를 격파하면서 실력을 전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만큼 그동안 한국 야구에 대해 여전히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을 가져온 일본 야구가 이제는 진정한 라이벌로 한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야구는 역사나 인프라에서는 일본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프로야구만 해도 일본은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프로야구의 뿌리가 되는 고교야구팀 수만 해도 일본은 4천개가 넘지만 한국 고교팀 수는 50여개 정도에 불과하다.

전국 각지의 유소년 야구팀들의 활동도 한국은 일본에 비해 훨씬 뒤처진다.

이 때문에 일본은 다른 스포츠는 몰라도 적어도 야구에서만큼은 한국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왔다.

지난 2006년 첫 WBC 대회 때 일본의 스타 선수인 스즈키 이치로가 "앞으로 30년간은 한국이 일본을 넘볼 수 없도록 하겠다"라는 '망언'을 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변했다.

2006년 WBC 대회부터 한국 야구는 일본 야구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한국은 예선과 본선에서 일본을 두 차례나 격파했다.

비록 괴상한 대진방식 덕택에 3패를 하고도 우승했지만 일본은 한국 야구의 '실력과 저력'에 적지 않게 놀랐다.

무엇보다 한국 야구는 2008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일본에 메가톤급 `충격'을 안겼다.

한국은 사상 최고의 대표팀이라던 일본을 `일본 킬러' 김광현을 앞세워 두 차례나 꺾고 9전 전승의 믿기지 않는 성적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일본이 노메달의 치욕을 당한 것과 극명히 비교되면서 일본에게 한국 야구는 `운이 아닌 실력으로 무장한' 팀으로 다가왔다.

이는 제2회 WBC 대회 개막을 앞두고 일본 언론의 달라진 모습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첫 WBC 대회 당시만 해도 한 수 아래 도전자로만 여겼던 한국에 대해 일본 언론은 이번에는 동급의 경쟁자로 대우하면서 `호들갑'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감독이나 선수들의 입도 조심스러워졌다.

거만했던 이치로는 한국과 경기를 앞두고는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며 `톤 다운'했다.

사령탑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더욱 신중했다.

그는 14-2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직후에도 "오늘 경기로 한국에 대한 열등감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겸양지덕'을 보였고 9일 패배 직후에는 "양 팀이 끝까지 살아남아서 아시아 야구를 세계에 알리는 대표팀으로서 싸워나갔으면 좋겠다"라고 한국 야구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예의상 한 말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공치사로만 볼 수 없는 것은 한국 야구가 이번 대회에서 일본과 더불어 세계 톱클래스임을 입증하며 라이벌로 완전히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과 여러 번 대결할 것 같다"라는 하라 감독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제 국가대표팀은 물론 유소년 야구에서 프로야구에 이르기까지 양국이 보다 많은 교류를 통해 서로의 실력을 겨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야구전쟁'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