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사령탑은 상반된 경력과 서로 다른 야구 철학을 갖고 있다.

다양한 작전과 적절한 용병술로 한국을 결승전까지 이끈 김인식 감독(62)이 잡초처럼 야구 인생을 개척해온 '승부사'라면,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일본팀을 지휘하고 있는 하라 다쓰노리 감독(51)은 '황태자' 출신의 스타 지도자다.

한일은행 투수 출신의 김 감독은 1986년 해태 타이거스 수석코치로 발탁되면서 뒤늦게 프로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1995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OB 베어스(두산의 전신) 사령탑으로 옮긴 후 2003년까지 두 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성기를 보냈다. 2005년 한화 이글스를 맡은 직후 뇌경색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약체라고 평가됐던 대표팀을 결승전까지 견인한 김 감독은 좀처럼 작전을 구사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맡기는 스타일이다. '믿음의 용병술'이다.

하라 감독은 스타선수 출신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3루수였던 그는 1981년 데뷔 해에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구단에서 개인코치를 붙일 만큼 특별 관리를 해 '온실 속의 화초'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1999년 요미우리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감독 재임 기간 세 번의 센트럴리그 우승과 한 차례 재팬시리즈를 제패했다.

한국과 순위결정전에서 0-1로 뒤진 8회 1사 1루 상황에서 보내기 번트를 한 것에서 보듯 선수 개개인의 기량보다는 데이터와 확률에 의존한 작전을 많이 구사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