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만나게 됐다. 한국과 일본, 끈질긴 인연이다. 24일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클래식 결승전은 한국과 일본의 맞대결로 펼쳐진다.

이번 대회에서만 다섯 번째 시합이다. WBC를 ‘아시안베이스볼클래식(ABC)’으로 바꿔 불러야 할 정도다.

지금까지의 승패는 의미가 없다. 단 한 번의 승부로 희비가 갈린다. 운명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예선전에서 보여준 전력은 서로 막상막하다. 큰 시합일수록 의외의 변수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한국 야구대표팀의 승리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이는 네 가지 ‘희망 시그널’을 점검해 본다.

◆피곤한 일본팀

한국 대표팀은 일본보다 하루 빠른 22일 준결승을 치뤘다. 일본이 미국과 경기를 벌인 23일 하루를 꼬박 쉬었다.

한국팀이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에서 전력 소모를 최소화했다는 것도 바람직한 대목이다. 경기 초반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한국 야구대표팀은 불필요한 투수력 소모를 줄였다. 핵심 타자들도 일찌감치 교체해 체력을 아꼈다.

반면 일본은 이틀 연속 경기를 해야 한다.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큰 고생을 하지 않은 덕에 극심한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체력적인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한국보다 손해를 본 상태에서 결승전에 나와야 한다.

◆무라타의 부상…거포가 없다

일본은 이번 대회 준결승에 오른 4개팀 가운데 홈런수가 가장 적다. 준결승을 포함해 8경기에서 4개의 홈런이 고작이다. 게다가 붙박이 4번이었던 무라타 마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조지마 겐지 등 방심할 수 없는 중장거리 타자가 건재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전체적인 중량감은 한국에 못 미친다.

반면 한국은 김태균 이범호 등 기존 홈런 타자에 준결승전에서 ‘거포 본능’이 살아난 추신수까지 가세한다.

◆이치로, 부진 탈출? 글쎄…

일본의 공격은 이치로로부터 시작된다. 이치로가 특유의 빠른 발로 그라운드를 휘저을 때 일본의 공격력은 배가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치로는 기대 이하다. 미국과의 준결승 전에서도 5번의 타석에서 안타 하나를 얻어내는데 그쳤다. 마지막 타석에서 타점과 득점까지 올리는 활약을 했지만 아직 정상 컨디션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한국은 1, 2번 타자 요원이 풍성하다. 이용규 이종욱 정근우 고영민 등 입맛대로 골라 쓸 수 있다.

◆무시못할 공한증

일본 야구대표팀은 작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광현’이라는 산에 막혀 두 번이나 한국에 무릎을 꿇었다. 철저한 분석 끝에 ‘김광현 대비책’은 마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다시 ‘의사 봉중근’의 덫에 걸렸다.

봉중근은 9일 1라운드 순위 결정전에서 5와 ⅓이닝 무실점 쾌투로 단번에 ‘신 일본킬러’로 등극했다. 4강 티켓이 걸린 2라운드 승자전에서도 5와 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24일 열리는 결승전에도 봉중근이 선발 투수로 나올 예정이다.

이번 대회 예선전에서 한국을 두 번 꺾긴 했지만 한국이 전력 투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기에는 미진하다. 한국 앞에만 서면 유낙히 위축되는 일본 선수들의 ‘공한증’을 한국팀이 얼마나 적절하게 활용하느냐가 승부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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