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대표팀 4번 주포에서 세계적인 '해결사'로 떠오른 김태균(한화)이 미국에서 한국 동포가 가장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승행 축포를 터뜨렸다.

김태균은 22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베네수엘라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에서 5-0으로 앞선 2회 1사 2루에서 상대 선발 투수 카를로스 실바(시애틀)의 시속 141㎞짜리 어정쩡한 직구를 그대로 걷어 올려 좌측 폴 옆 관중석에 떨어지는 2점포를 쏘아 올렸다.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강타자가 즐비한 베네수엘라 핵타선 앞에서 한국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다.

특히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슈퍼스타이자 베네수엘라의 4번을 때린 미겔 카브레라(4타수 무안타)와 대결에서도 완승, 기쁨이 배가 됐다.

타점 2개를 추가해 이번 대회에서만 11타점을 올린 김태균은 초대 대회에서 홈런왕(5개)과 타점왕(10개)을 차지했던 이승엽(요미우리)을 넘어섰다.

홈런은 구장을 바꿔가며 3개를 터뜨렸다.

도쿄를 출발해 샌디에이고를 찍고 로스앤젤레스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7일 일본과 1라운드 경기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으로부터 일본 도쿄돔 좌측 상단 펜스를 때리는 비거리 140m짜리 투런포를 쐈고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올리버 페레스(뉴욕메츠)로부터 좌측 스탠드에 꽂히는 역전 결승 솔로포를 빼앗았다.

홈런을 바친 셋 모두 메이저리거에서 활약 중인 투수로 김태균은 파워와 기술에서 전혀 빅리거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자랑한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 김태균이 보여준 해결사 능력은 미국과 일본프로야구의 스카우트가 깜짝 놀랄 수준이다.

한신은 당장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김태균을 영입하겠다고 입질에 들어갔고 메이저리그 아시아담당 스카우트의 움직임도 조만간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지난 20일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김태균 타석 때 4명이나 다른 투수를 기용하며 철저히 봉쇄하려고 했다.

혼란을 겪은 김태균은 낮은 볼에 방망이가 헛도는 등 삼진 2개로 고전했다.

그러나 김태균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컨디션에 큰 문제가 없다"고 투지를 불살랐고 이날도 사실상 승부를 가른 홈런으로 이름값을 했다.

지난 9일 공수 최강이라는 일본을 1-0으로 물리칠 때 때린 좌선상 1타점 결승타, 멕시코와 경기에서 좌월 솔로아치에 4-2로 앞선 7회 나온 2타점 좌전 적시타 등 팬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동료가 다 걸리는 감기도 피해가며 스스로 철저히 몸 관리에 나서 꾸준한 페이스를 보인 김태균이 24일 오전 10시30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결승전에서도 순도 100%의 활약상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