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남미 강호 베네수엘라를 잡아라.'

한국 야구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네번째 한 · 일전에서 져 남미 강호 베네수엘라와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한국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벌어진 WBC 2라운드 1조 1,2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2-6으로 패했다. 일본에 이어 조 2위가 된 한국은 22일 오전 10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2조 1위인 베네수엘라와 결승행을 다툰다.

이번 대회 들어 네 번째 격돌한 한 · 일전은 보너스 40만달러(약 5억6000만원)가 걸려있는 1,2위 결정전이었지만 양팀 모두 주축 투수들을 벤치에 앉힌 채 평가전을 치르듯 다소 맥빠진 양상이었다.

좌완 기교파 투수들인 장원삼과 우쓰미 데쓰야가 선발 투수로 나선 가운데 한국은 1회말 선두타자 정근우가 중전안타를 친 뒤 이용규의 보내기 번트에 이어 김현수가 좌월 2루타를 날려 선취점을 올렸다. 김태균이 볼넷으로 걸어나가 1사 1,2루의 찬스를 이어갔지만 이대호가 3루수쪽 병살타를 날려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일본은 공수 교대 뒤 바로 반격에 나섰다. 2회초 1사 뒤 우치카와 세이치가 장원삼으로부터 좌월 1점 홈런을 날려 동점을 만든 후 무라타 슈이치가 2루까지 진루했고 이와무라 아키노리의 내야안타에 이어 가타오카 야스유키가 우전안타를 날려 2-1로 뒤집었다.

주도권을 빼앗긴 한국은 4회 2사 2,3루,7회에는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실점없이 넘어갔다. 끌려가던 한국은 7회말 선두타자 이범호가 일본의 세 번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부터 가운데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날려 2-2를 만들었다.

종반으로 접어들며 동점이 돼 뜨거운 접전이 펼쳐지는 듯했지만 한국은 8회초 투수들의 난조로 갑자기 무너졌다. 김인식 감독은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투입했지만 첫 타자 아오키 노리치카에게 기습번트 안타,대타 이나마 아쓰노리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아웃카운트 하나 못잡고 무사 1,3루를 자초한 뒤 교체됐다.

한국은 왼손 김광현을 올려 급한 불을 끄려했지만 대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2-3을 허용했고 보내기 번트에 이어 이와무라에게 다시 중전안타를 맞았다. 이때 중견수 이택근이 볼을 떨어뜨리는 실책까지 범해 점수차는 2-5로 벌어지고 말았다.

한국은 9회에도 임태훈이 이치로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는 등 3안타를 허용해 추가로 1실점했다. 공격에서는 이범호와 정근우가 4타수 2안타씩을 기록했지만 총 안타 수는 6개에 그쳤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과 2승2패를 기록했다. WBC 통산 성적에서는 4승3패로 여전히 앞서 있다.

한편 김인식 감독은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전에 KIA 타이거즈의 오른손 에이스 윤석민을 선발로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윤석민은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뿌리고 제구력도 좋아 오른손 거포가 많은 베네수엘라 타선을 막을 비장의 카드로 낙점됐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