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조 1,2위 결정전에서 한국이 비록 일본에 패했지만 인상적 활약을 펼친 이범호(한화)의 존재감이 유독 돋보였다.

한꺼풀 한꺼풀 껍질을 벗길수록 속이 꽉 찬 알맹이가 드러나는 느낌이다.

시즌 MVP나 메이저리거 등 `이름'에 가려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이범호에 대한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3루수 겸 6번 타자로 선발출장한 이범호는 이날 1-2로 끌려가던 7회말 일본투수 다나카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대형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번 대회 들어 벌써 3개째 홈런이다.

대표팀 간판 타자인 김태균(2개)보다 많다.

이범호의 '재발견'은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전을 앞두고 중하위 타선의 부진이 고민인 대표팀에 충분한 위안이 될 수 있었다.

국내에서 이범호는 안정된 3루 수비에 최근 5년간 20개 안팎의 홈런을 꾸준히 친 강타자였지만 이번 대회 초반에는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클리블랜드)가 대회 직전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지명타자로만 활동하게 되자 이대호가 3루를 맡게 되면서 자신의 `보직'이 없어졌다.

그러나 7일 일본전 대패 과정에서 이대호의 서툰 수비 솜씨가 문제점으로 대두되자 이범호는 8일 중국과 경기에서부터 주전 3루수로 기용되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기회를 잡았다.

이범호는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줬다.

16일 멕시코와 경기에서 애드리안 곤살레스의 습 타구를 유격수에게 던지는 과정에서 한 차례 실수가 있었을 뿐 빠른 발과 폭넓은 수비 폭을 이용한 깔끔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수비도 수비지만 이범호는 타석에서 더 많은 활력소를 팀에 불어넣었다.

이범호는 아시아예선전 통과 여부가 걸렸던 8일 중국과 패자부활 2차전에서 2-0으로 앞서가던 4회 1사 1루에서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110m)을 날리며 중국의 기를 초반에 완전히 꺾었다.

이어 강호 멕시코와 경기에서 2점을 먼저 내준 뒤 맞은 2회말 멕시코 좌완 올리버 페레스(뉴욕 메츠)를 상대로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이날 일본과 대회 네 번째 맞대결에서도 홈런을 포함해 안타 2개를 때려냈다.

이날 일본 투수을 상대로 안타를 2개 이상 친 선수는 이범호와 정근우 두명 뿐이다.

이범호는 이날까지 7경기에서 16타수 6안타, 타율 0.375에 홈런 3개, 타점 6개를 기록했다.

홈런은 한국 타자 중 가장 많고 타점은 김태균(9개), 이진영(7개)에 이어 3번째다.

이번 대회에서 8,9번이 극히 부진한 상황에서 김태균과 이진영 타순에서 만들어진 기회를 이어갈 `키 플레이어'로 이범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