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네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20일 오전 10시(한국시간)벌어지는 1조 1,2위 결정전에는 장원삼(히어로즈)과 우쓰미 데쓰야(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선발투수로 나선다.

에이스를 투입,총력전을 펼치기보다는 향후 경기에 대비해 잠시 쉬어간다는 전략이다.

장원삼과 우쓰미는 모두 파워피칭보다는 제구력이 돋보이는 좌완 기교파 투수들이다. 지난 시즌 성적은 장원삼이 12승8패,평균자책점 2.85였고 우쓰미도 12승8패,평균자책점 2.73이었다. 리그가 다르긴 하지만 투구폼은 물론 성적마저 비슷하다.

장원삼은 지난 7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1차전에서 2-8로 크게 뒤진 3회 초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으나 2와 3분의 1이닝 동안 4안타를 맞고 볼넷 3개를 내주며 3실점(2자책)한 뒤 강판됐다. 우쓰미는 이번 경기가 첫 등판이다.

지난 12일 애리조나캠프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평가전에서는 2이닝 동안 홈런 1방을 포함해 2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했다.

양팀 벤치가 장원삼과 우쓰미를 선발투수로 내세운 것은 일단 승패에는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2위 결정전보다는 준결승과 결승전을 대비해 주력 투수들을 보호하려는 방침인 셈이다.

조 2위가 되면 22일 준결승,24일 결승전을 치르게 돼 징검다리 휴식으로 체력을 비축할 수 있지만 1위가 되면 이틀 휴식 뒤 23일 준결승,24일 결승전에 잇따라 출전해야 한다.

더구나 1조 2위는 준결승에서 2조 1위인 베네수엘라와 맞붙고 1조 1위가 2조 2위인 미국과 대결한다. 베네수엘라가 이번 대회에서 미국을 두 번씩이나 이긴 강팀이긴 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아무래도 홈팀인 미국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원투 펀치'인 류현진과 봉중근이 투구 제한 규정에 걸려 나설 수 없고 일본 역시 '빅3'로 꼽히는 마쓰자카 다이쓰케와 다르빗슈 유,이와쿠마 히사시가 등판할 수 없는 상태다. 양팀 벤치는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더라도 핵심 불펜투수들을 기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김인식 감독과 하라 다쓰노리 감독 모두 '져도 그만'이라는 자세로 경기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네 번째 대결은 투수전보다 양팀 타자들의 화끈한 '방망이 전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한편 19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벌어진 대회 2라운드 1조 패자부활전에서 일본은 선발 이와쿠마 히사시의 호투를 앞세워 쿠바를 5-0으로 완파했다. 쿠바는 1951년 이후 참가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남미의 강호 베네수엘라는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돌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조 1,2위 결정전에서 미국을 10-6으로 누르고 조 1위로 4강에 올랐다. 베네수엘라는 20일 한 · 일전에서 결정되는 1조 2위 팀과 22일 오전 10시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4강전을 치른다. 조 2위 미국은 23일 오전 9시 1조 1위와 결승행 티켓을 다툰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