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곳도 없다.

오히려 몸 상태가 아주 좋은 게 부담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던 '유일한 약점' 트리플 루프도 프로그램에서 잠시 제외했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시니어피겨선수권대회 정상에 도전하는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가 모든 준비를 끝내고 막바지 연기 조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연아는 28일(이하 한국시간)과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린다.

◇삼세번 도전 '이제 때가 됐다'

193.45점(그랑프리 1차 대회), 191.75(그랑프리 3차 대회), 186.35(그랑프리 파이널), 189.09(4대륙선수권대회). 2008-2009 시즌 김연아가 받은 점수를 보면 편차가 크지 않다.

반면 '금메달 라이벌' 아사다 마오(19.일본)는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167.59점로 부진했지만 일본에서 열렸던 6차 대회에선 191.13점으로 우승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188.55점으로 1위를 했던 아사다는 4대륙대회에선 176.72점으로 3위를 차지하는 등 '널뛰기 점수'를 보여주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체력이 뛰어난 아사다는 이번 시즌 장기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에 스스로 발목을 잡힌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일본 심판들조차 회전수가 부족하다며 감점을 주기도 했다.

지난 2006-2007시즌부터 시니어 무대로 나선 김연아는 매번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부상에 시달렸다.

시니어 1년차 때 허리 부상으로 진통제 투혼을 펼치면서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연아는 지난해 대회에서도 고관절 부상으로 고생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상황이 틀리다.

부상의 경험을 토대로 사전 예방에 주력했고, 그 결과 시즌 첫 그랑프리 대회부터 190점대를 넘는 좋은 성적으로 우승하면서 최고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 측도 "최근 불거진 연습 방해 논란이 조금 신경쓰이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다"라며 "아픈 곳이 없으니 연습 효과도 크다"라고 귀띔했다.

김연아는 평소대로 매일 6시간 정도 빙판에서 훈련하고 3시간 정도 지상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LA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에 맞춰 예술성을 높이고 점프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게 IB스포츠의 설명이다.

◇한 발 빠른 적응훈련

김연아는 한국시간으로 28일과 29일 각각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치른다.

하지만 김연아는 이보다 훨씬 앞선 22일에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다.

김연아가 일찌감치 로스앤젤레스 입성을 결정한 이유는 하루라도 더 주경기장인 스테이플스 센터 빙상장의 얼음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세계선수권대회는 여자 싱글 뿐 아니라 남자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싱까지 함께 치러지다 보니 메인 링크에서 연습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

여자 싱글 선수들은 23일과 24일에만 메인 링크를 사용할 수 있고 경기 때까지 나머지 시간은 보조링크에서 훈련해야 한다.

이 때문에 김연아는 경기 시작 6일 전에 입국해 메인 링크에서 충분히 연습을 하면서 실수 없는 '완벽한 연기'를 치르겠다는 작전이다.

더불어 전지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와 대회가 치러질 LA의 시차가 3시간밖에 나지 않아 김연아로선 여러모로 유리하다.

IB스포츠 관계자는 "시차도 차이가 없고 훈련과 경기 시간도 모두 오후에 배치돼 시차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다"라며 "선수가 조금 지루해할 수도 있지만 그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