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바람돌이' 이용규(24.KIA)의 빠른 발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멕시코와 일본을 잡는 데 기폭제가 됐다.

1라운드에서 이진영(LG)에게 주전 우익수 자리를 내주고 대수비 또는 대주자로만 출전했던 이용규가 2라운드에서 야구대표팀의 히든카드로 제 몫을 100% 이상 해냈다.

18일(한국시간) 일본과 세 번째 야구 전쟁에서 톱타자로 출장한 이용규는 1회말 첫 타석에서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총알같이 꿰뚫는 안타로 물꼬를 텄고 후속 정근우(SK) 타석 때 초구에 2루를 훔쳐 일본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니혼햄)를 흔들었다.

이는 1회에만 3점을 뽑아 승기를 잡는 데 도화선이 됐다.

이용규는 16일 멕시코와 경기에도 1-2로 뒤진 2회 좌전 안타로 나간 뒤 2루를 훔쳤고 박기혁 타석 때 과감히 3루 도루를 감행, 상대 실책을 유도하고 동점을 만드는데 앞장섰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10일부터 나흘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적응 훈련을 하던 중 2라운드에서 이용규를 중용할 방침을 굳혔다.

멕시코 등 덩치가 큰 선수들을 상대하려면 기동력을 살려야 했고 적임자로는 이용규만한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용규는 이날 경기 전부터 "나가면 휘젓겠다"는 각오를 여러 차례 나타냈다.

"다르빗슈는 특이한 버릇이 있어 2루에서 3루 도루가 더 편하다", "그간 1,2번 타자들의 출루율이 저조했기에 발야구가 사라졌던 것 같다.

나가면 무조건 뛸 수 있도록 하겠다" 등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달리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나타냈고 그대로 현실로 옮겼다.

이용규는 이날 승리 후 "초구부터 뛸 생각이 있었고 스타트가 좋아 실행에 옮겼다.

내 생각대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도 옆에서 "이용규는 벤치의 사인 없이 뛸 수 있는 '그린 라이트' 중 한 명"이라며 사인은 없었다고 간접 시인했다.

이종욱(두산)을 꾸준히 톱타자로 기용했던 김 감독은 멕시코와 경기에서 이용규의 과감한 주루 능력과 투수를 괴롭히는 타격 기술을 높이 사 18일 일본전에서는 톱타자로 기용했고 또 한 번 보기 좋게 적중했다.

끊어치는 능력이 탁월한 이용규는 오른쪽 발을 높이 쳐들고 포수의 미트를 가리는 듯한 독특한 타격 폼으로 투수의 신경을 건드는 영리한 플레이를 펼쳤고 출루 후 '뛰는 야구'로 상대 수비진을 뒤흔들며 대표팀의 4강 신화 재현에 큰 힘을 보탰다.

이용규는 "우리의 집중력이 일본보다 좋다는 것을 입증해 기쁘고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 남은 경기가 있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샌디에이고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