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최강국 결정전인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신화를 재현한 야구대표팀은 사실상 해외파 선수의 도움 없이 쾌거를 이뤘다는 점에서 큰 수확을 얻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한국 야구의 기량이 일류국가와 겨뤄도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로 급성장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28명) 중 해외에서 활약 중인 선수는 임창용(야쿠르트)과 추신수(클리블랜드) 등 투수와 타자 각각 1명 뿐이다.

임창용은 수호신으로 제 몫을 했으나 추신수가 왼쪽 팔꿈치 통증으로 실전 감각이 부족해 득점에 큰 힘을 보태지 못했기에 사실상 이번 4강행은 순수 국내 선수들이 합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 26명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전사를 주축으로 짜였고 작년 천하를 호령했던 이들은 메이저리거만 5명이 포함된 강력한 라이벌 일본을 9일(이하 한국시간) 1라운드 순위결정전과 18일 2라운드 승자전에서 잇달아 꺾고 세계를 향해 포효했다.

올림픽에서 두 번이나 한국에 패해 메달도 따지 못했던 일본은 WBC에서 설욕에 나섰지만 봉중근(LG) , 윤석민(KIA), 김광현(SK) 등 국내 최정상 투수들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또 한 번 고개를 떨어뜨렸다.

2회째를 맞아 다른 팀은 3년 전 초대 대회보다 메이저리거가 보강돼 더 강해진 반면 한국은 간판선수들이 태극마크를 고사하면서 전력이 떨어졌다는 평이 많았다.

1회 대회 때는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구대성, 최희섭, 김선우 등 빅리거가 중심을 잡았고 이들의 힘으로 4강 신화를 썼기에 빈자리가 더 커 보였다.

그래서 김인식 감독은 두 번째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경험이 풍부한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등에게 거듭 러브콜을 보냈지만 이들이 소속팀에서 생존과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대표팀 합류를 거부하면서 4강 재현이 어려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 선수의 패기를 믿어보기로 한 김 감독은 1라운드에서 일본을 1-0으로 누르고 A조 1위로 2라운드에 팀을 올렸고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와 시의 적절한 용병술과 작전으로 2라운드 두 경기 만에 4강행을 확정, 다시 한 번 신화를 창조했다.

김태균(한화)이 이승엽을 대신해 새로운 해결사로 자리를 굳혔고 이용규(KIA), 정근우(SK), 고영민(두산) 등 '베이징 영웅'들은 겁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WBC 사나이' 이진영(SK)은 2회 대회 연속 펄펄 날았다.

덕분에 타선은 초대 대회 때보다 더 좋아지고 짜임새도 나아졌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경험 부족이 유일한 흠으로 꼽혔던 마운드는 류현진(한화)과 봉중근 두 좌투수가 선전하면서 4강 진출의 귀중한 발판이 됐다.

믿었던 김광현이 선발에서 불펜으로 강등됐지만 봉중근과 정현욱(삼성)이 시속 150㎞에 육박하는 광속구로 선발과 불펜에서 무섭게 던지면서 빈틈없는 불펜 운용이 가능했다.

(샌디에이고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