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잘한다고 이길 수 없는 법. 18일 벌어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적진’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한국의 승리에 기여한 ‘일본 도우미’ 3인방을 꼽아본다.

◆이와무라 아키노리

일본내에서 수비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한다는 선수. 하지만 한국전에서는 안타깝게도 희생양이 됐다. 1회말 이용규의 2루 도루에 이은 2번 타자 정근우의 타구. 평범한 공이었지만 이와무라는 잡고 난 뒤 글러브에서 제대로 빼 내지 못했다.

곧 이어 김현수의 공이 또 이와무라를 향했다. 전형적인 더블 플레이 코스. 하지만 이와무라가 2루 베이스 위로 던진 공은 유격수의 글러브를 외면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한 ‘GG사토’를 연상케 하는 플레이였다.

한국은 꺼질 뻔 하던 공격의 불씨를 다시 살려 1회에만 3점을 뽑아냈다. 자칫 심심하게 끝날 수 있었던 1회가 이와무라의 실수 덕에 승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됐다.

◆스즈키 이치로

경기전 인터뷰에서 이치로는 “나만 잘하면 일본은 강한 팀”이라고 말했다.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던 이치로의 ‘무서운’ 실력은 이날도 ‘봉인’됐고 일본은 ‘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네 번 타석에 들어서 3번의 땅볼과 한 번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난 이치로. 특유의 빠른 발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종종 중계팀 카메라에 비치는 이치로의 모습은 침통했다.

◆조지마 겐지

7회말 조지마 겐지의 타석. 윤석민의 공이 홈플레이트 왼쪽을 파고 들자 심판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삼진. 평정심을 잃은 조지마는 타석에 배트를 그대로 놔 둔 채 이해할 수 없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며 벤치로 들어갔다. 주심은 곧바로 ‘퇴장 명령’을 내렸다.

갑작스레 주전 포수를 잃은 일본 벤치의 분위기는 가라앉는 모습이었다. 이 영향이었을까. 8회말 일본은 고영민 김태균 이진영 이범호에게 줄줄이 볼넷을 주며 밀어내기로 추가 실점했다. 한국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밀린 것이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