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베이징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그는 없었다. 동갑내기 친구 이대호의 활약상을 TV로만 볼 뿐이었다.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기회’가 왔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빠지면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당당히 야구대표팀의 4번 타자 자리를 꿰찬 것. 그리고 매경기 홈런과 적시타로 한국 야구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은 그렇게 부활했다.

당초 김태균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승엽의 빈 자리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라운드에 선 김태균은 이미 ‘거물’ 이었다.

이번 WBC에서 일본 프로야구팀의 스카우트 표적이 될 정도로 활약이 눈부셨다. 16일 열린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도 4회 역전 솔로 홈런과 7회 2타점 적시타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삼성 라이온스의 정현욱도 이번 대회를 통해 재발견된 선수다. WBC 최종 엔트리가 발표될 때만 해도 정현욱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저 여러 불펜 투수진 가운데 한 명일 뿐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나자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1라운드 일본과의 두 경기에서 무실점의 호투를 했고 2라운드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도 류현진의 뒤를 이어 한국팀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정현욱의 별명은 ‘정노예’. 소속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에서 마운드가 흔들릴 때마다 시도때도 없이 등판, 팀을 구해내는 등 궂은 일은 도맡아 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최근에는 네티즌들로부터 ‘국노(국가의 노예)’라는 새 별명이 붙었다. ‘사노(私奴)’에서 ‘국노(國奴)’로 한 단계 승격한 셈이다.

한화 이글스의 이범호도 예상외의 활약으로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원래 이범호는 주전 라인업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3루에는 이대호가 버티고 있었고 지명타자에는 한국팀 유일의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추신수의 출전이 꼬이고 이대호의 수비 허점이 드러나면서 출장 기회가 생겼다. 이범호는 어렵게 찾아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중국 전에 이어 멕시코 전에서도 홈런을 뽑아냈다.

이번 WBC를 통해 재발견된 이들 3인방의 활약이 한국팀의 위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