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이변이 있기에 더욱 극적이다.

`야구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이런 이변이 속출하면서 지구촌에 야구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최대 이변의 주인공은 네덜란드였다.

D조 약체로 평가되던 네덜란드는 지난 8일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인 도미니카공화국을 꺾는 파란을 연출했다.

유럽 최강을 자부하는 네덜란드는 푸에르토리코 산 후안의 이람 비토른 스타디움에서 열린 D조 예선 첫 경기에서 1회에만 3점을 뽑고 이를 잘 지켜 도미니카공화국을 3-2로 격파했다.

전원 메이저리거로 엔트리를 구성한 도미니카는 강력한 `살인 타선'을 구축했다는 평을 들었으나 이날 네덜란드(3안타)보다 많은 8안타를 때리고도 응집력이 부족해 2득점에 그쳐 패자전으로 밀렸다.

이변의 바통은 호주가 이어받았다.

예선 B조인 호주는 예상을 뒤엎고 9일 강호 멕시코를 잡았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4명 뿐인 호주는 투수와 타자 대부분이 전, 현역 메이저리거로 이뤄진 강팀 멕시코를 상대로 17-7 8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호주는 6회 초 7-7 동점상황에서 앤드루 그래험과 제임스 베레스포드, 트렌트 오엘트젠이 안타를 잇달아 터뜨리면서 3점을 올린 뒤 7회 크리스 스넬링의 솔로 홈런, 8회 벤 라이징어의 3점 홈런 등을 추가하며 멕시코를 압도했다.

안타 수도 호주가 22개를 때려 멕시코(12개)의 두 배가량 됐다.

월드컵에서만 4회나 우승해 `축구의 나라'로 알려진 이탈리아도 이번 대회를 통해 야구도 곧잘 하는 나라라는 점을 알렸다.

박찬호와 함께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최고의 공격형 포수 마이크 피아자가 타격 코치를 맡은 이탈리아는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C조 패자전에서 데노피아가 4타수 4안타 2타점을 올리는 활약에 힘입어 캐나다에 6-2 승리를 거뒀다.

다만 이탈리아는 11일 베네수엘라에 패하면서 예선 탈락해 본선 진출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앞서 A조 예선전에서 최약체로 평가되던 중국이 대만을 4-1로 물리친 것도 이변으로 꼽힌다.

중국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대만에 이긴 것이 국제대회 사상 첫 승리일 정도로 야구에서만큼은 대만에 눌려왔었다.

중국은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 승리로 가능성을 봤다며 기뻐한 반면, 야구가 국기나 다름없는 대만은 이 충격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야구에 대한 지원 및 육성에 나설 것임을 밝히는 등 상당한 후폭풍에 시달렸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