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숙적 일본에 대패를 설욕하고 A조 예선 1위로 본선에 진출한 야구대표팀이 1승 이상의 의미를 수확했다.

일본 공격의 주된 득점원인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와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의 공략법을 찾은 덕분이다.

한국은 본선에서도 최대 3차례까지 일본과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예선전은 일본의 약점을 파악하고 공략 방법을 준비하는 기회였다.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을 겸비해 일본대표팀에 1, 3번을 맡은 이치로와 아오키는 지난 7일 한국과 경기에서 각각 5타수3안타 3득점, 4타수1안타 3타점을 올리며 일본 타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대표팀이 아니었다.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일념으로 이날 일본과 예선 마지막 경기에 나선 대표팀 마운드는 이치로와 아오키를 철저히 묶었다.

마운드에 차례로 오른 봉중근(LG), 정현욱(삼성), 류현진(한화), 임창용(야쿠르트)는 이치로와 아오키를 각각 4타수 1안타로 봉쇄했다.

빠른 볼을 앞세워 스트라이크 존 내외곽을 구석구석 찌르는 면도날 제구력을 뽐낸 좌완 선발투수 봉중근은 이치로와 아오키를 모두 높은 변화구로 현혹해 5타수 무안타로 잡았다.

7일 김광현(SK)이 위에서 아래로 낮게 떨어지는 낙차 큰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타격 기술이 좋은 일본 타자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던 것과 달리 봉중근은 타자 눈앞에 떨어지는 커브로 이치로와 아오키의 스윙을 유도했다.

이치로는 전혀 대비를 못한듯 세 번 모두 힘없는 땅볼로 물러났고 아오키도 힘껏 잡아당겼지만 1루수 앞 평범한 땅볼에 그쳤다.

낮은 볼에 대한 대처가 능숙한 일본 타자들에 맞서 왼쪽 투수만 던질 수 있는 각도에서 완만한 변화구를 구사한 작전이 통한 셈이다.

빠른 볼에 일본 타자들의 방망이가 무디다는 걸 확인한 것도 소득이다.

대표팀 4명의 투수는 147~150km의 광속구를 뿜었고 삼진 6개를 솎아냈고 산발 6안타 1-0의 짜릿한 완봉승을 합작했다.

완벽한 힘의 승리였다.

(도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