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이 미국PGA투어에서 첫 승을 올리기까지 곡절이 많았으나 최종일 마지막홀(파5) 첫 퍼트만큼 그의 마음을 졸이게 한 것도 없었다.

챔피언조로 플레이하던 양용은은 추격자 존 롤린스에게 1타 앞선 채 마지막홀에 다다랐다. 그 홀에서 파만 잡아도 생애 첫 승을 올릴 수 있었다. 604야드로 짧지 않은 편인 그 홀에서 양용은의 세 번째 샷은 홀 왼편으로 흘러 홀에서 15m나 떨어졌다. 순간 그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예상보다 먼 곳에 볼이 멈췄기 때문.

마침내 버디퍼트.잔디 결이 홀 쪽으로 누워 있는 데다 내리막 라인이어서 거리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욱 지금까지 '무승'인 선수로서 온갖 생각과 중압감이 짓눌렀다.

그보다 앞서 미국투어에 도전한 선배 강욱순도 마지막 홀에서 50㎝ 거리의 파퍼트를 놓쳐 시드를 못 따지 않았는가.

두 조 앞에서 플레이한 브렛 퀴글리가 그와 비슷한 지점에서 3퍼트를 하기도 했다. 양용은은 그러나 '2퍼트에 의한 파만 생각하고 본 대로 자신 있게 치자'고 다짐했다.

퍼터헤드를 떠난 볼은 홀 쪽으로 굴러가더니 30㎝ 옆에 멈췄다. 승부 끝이었다. 승리를 확신한 양용은은 갤러리들을 향해 주먹을 흔들어 보였고 파퍼트를 넣은 뒤 동반플레이어와 캐디의 축하를 받았다.

연장전에 대비하면서 그 장면을 지켜본 롤린스는 "그 퍼트는 결코 쉽지 않았는데 그걸 홀 옆에 붙인 양용은에게 존경을 표한다"며 우승을 축하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