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1~2언더파만 치면 승산이 있다. 버디 기회가 올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다가 오면 반드시 넣겠다. "

양용은(37 · 테일러메이드)이 미국PGA투어 첫 승 기회를 잡았다.

추격하는 선수들과 타수 차가 크지 않지만 혼다클래식에서 이틀 연속 리더보드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리며 우승 기대를 높였다.

양용은은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 PGA내셔널골프장 챔피언스코스(파70)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이븐파(버디1 보기1)로 주춤했지만 3라운드 합계 7언더파 203타로 이틀째 단독 1위 자리를 지켰다.

양용은은 2006년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타이거 우즈,어니 엘스 등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해 미국PGA투어에 데뷔했다.

그러나 상금랭킹 157위로 부진,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퀄리파잉토너먼트에 응시해 올해 투어에 재진입했다.

지난해에는 AT&T페블비치프로암에서 공동 9위를 한 것이 투어 최고 성적이다. 그런 만큼 그가 2라운드에서 선두에 나설 때까지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으나 이틀 연속 선두를 지키자 첫 승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양용은이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은 강풍 속에 아이언샷을 효율적으로 구사한 데 있다. 제주 출신으로 바람에 강한 그는 사흘간 그린 적중률 72.2%로 이 부문 4위에 올라 있다.

매일 18개 홀 가운데 평균 13개 홀에서 볼을 정규타수로 그린에 올렸다는 얘기다. 또 쇼트 어프로치샷을 잘해 파(또는 버디)를 잡는 '스크램블링'도 93.3%로 출전선수 중 최고다.

그린을 적중한 홀에서는 버디 기회를 맞았고,그린을 놓친 홀에서는 거의 파를 세이브했다는 얘기다. 3라운드에서는 시속 24마일(약 38㎞)의 강풍이 불었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파 위주의 방어적인 플레이를 펼쳐 스코어를 지켰다. 양용은은 우승할 경우 투어 2년 시드와 100만8000달러(약 15억6000만원)의 상금,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다음 달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한다.

양용은은 그러나 최종일 역전을 노리는 선수들을 따돌려야 한다. 선두와 3타 이내에 자리잡은 선수가 12명이나 된다. 그 중에는 이날만 5타를 줄인 위창수(37 · 테일러메이드)도 있다.

위창수는 뛰어난 퍼트감(라운드당 26개,홀당 1.567개)에 힘입어합계 5언더파 205타로 선두와 2타차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한편 첫날 89타를 쳤던 마티아스 그론보그(스웨덴)는 2라운드에 앞서 기권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