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예선전에서 일본 대표팀이 한국을 7회 콜드게임으로 완파하자 일본 언론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한 분위기다.

8일 발간된 신문들은 하나같이 7일 한일전 결과를 대문짝하게 실었다.

특집코너로 전날 경기 소식을 상세히 전한 신문도 적지 않았다.

특히 대부분 신문은 승리 자체 보다는 일본 최고의 야구스타 스즈키 이치로(36.시애틀 매리너스)를 맨 앞에 내세웠다.

이번 예선전을 앞두고 가진 일본 대표팀의 6차례 평가전에서 타율 0.130(23타수3안타)에 머물렀고 5일 `약체' 중국전에서도 5타수 무안타에 그쳐 일본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가 가장 중요한 경기로 꼽혔던 한국전에서 5타수3안타3득점으로 극적으로 부활했다는 점에 흥분한 것이다.

스포츠전문지인 스포츠호치는 `이치로부터 14점...천재부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치로의 활약상을 자세히 전하고 "(야구) 천재가 도쿄 라운드의 가장 중요한 시합으로 빛을 되찾았다"라고 극찬했다.

특히 이치로가 2회 기습 번트로 살아나간 상황에 대해서는 "아시아에서는 이대호만한 몸집으로 3루를 지키는 경우가 없다"라는 이치로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대호의 느린 동작을 예측한 두뇌 플레이였다고 칭찬을 그치지 않았다.

닛칸스포츠도 "일본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딴 숙적 한국에게 역사적 대승을 거뒀다"라며 "부진을 끝낸 이치로가 마침내 눈을 떠 일본 타선의 대폭발을 가져왔다.

이치로의 슬럼프 탈출은 승리의 절대 조건이었다"라며 `이치로 칭찬 릴레이'에 동참했다.

이 신문은 "이치로가 부활하면 WBC 2연패를 노리는 사무라이 재팬에게 무서운 것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경기 전까지 `일본 킬러'로 연일 언론의 관심사였던 대표팀 투수 김광현의 `몰락'도 일본 언론의 주요 테마였다.

그만큼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2연패를 당하는 등 최극 국제경기에서 3번 모두 패한 김광현에 대해 일본 야구가 느꼈던 굴욕감이 컸음을 반증하는 대목이었다.

스포니치는 "한국에서 `스마일 K'로 불리는 김광현의 미소가 사라져 `일본 킬러'의 모습은 없었다.

1⅔이닝 8실점은 신인이던 2007년 5월25일 KIA타이거즈전의 6실점을 넘어서는 프로 최악의 성적"이라고 지적했다.

닛칸스포츠도 "사실 지난달 중순 하와이 전지훈련부터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라면서 "WBC 공인구에 대한 대응도 늦어 5일 불펜 피칭에서도 슬라이더가 잘 구사되지 않자 몇 번이나 불만을 표출했다"라며 이번 대회 내내 `철저한 탐색'이 이뤄졌음을 보여줬다.

한편 일본 언론은 이날 패배로 한국이 9일 예상되는 한일전에서 `독기'를 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일본팀이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산케이스포츠는 "9일 열릴 예선전 1,2위 결정전은 한국과 재대결이 예상된다"라며 "여기에서 일본이 이상한 시합을 하게 되면 한국은 힘을 얻는다.

본선에서도 대전하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에 다시 압승을 거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야구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닛칸스포츠도 "이날의 완패는 지기 싫어하는 (한국인의) 강한 국민성에 불을 붙였다"라고 경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쿄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