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예선전에서 일본에 2-14 7회 콜드게임패를 당한 7일 한국 투수진은 무참히 난타당했다.

`일본 킬러'라던 김광현은 일본의 철저한 분석에 그대로 노출돼 홈런 1개 등 안타 11개를 두들겨맞으며 무려 8점이나 내주고 2회도 마치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장원삼도 15타자를 맞아 볼넷을 3개나 내주고 안타도 4개를 맞아 3실점했고 이재우 역시 2점 홈런 등 3안타로 3점을 내주는 부진을 보였다.

또 장원삼은 투구수가 65개나 돼 `50개 이상 투구시 4일 휴식'을 취하도록 한 WBC 대회 규정에 따라 이번 예선전에서 더는 뛸 수가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정현욱(삼성)은 짧은 등판이었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회초 무라타 슈이치의 3점 홈런으로 0-8로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김광현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정현욱은 시속 140㎞ 중후반 대의 묵직한 직구를 무기로 일본 타자들을 압도했다.

첫 타자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는 1루수 앞 땅볼로, 앞 타석에서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날렸던 우치카와 세이치는 힘없는 투수 앞 땅볼로 각각 물러났다.

3회 메이저리거 후쿠도메 고스케(시카고)를 허를 찌르는 볼 배합으로 삼진으로 돌려세운 정현욱은 조지마 겐지(시애틀)마저 중견수 뜬 공으로 깔끔히 처리했다.

김인식 감독은 왼손 타자인 이와무라 아키노리(탬파베이)가 나오자 좌완 장원삼을 올렸지만, 이는 정현욱의 공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어차피 이날 경기는 어렵다고 보고 컨디션이 좋은 정현욱을 남은 경기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성격이 강해 보였다.

지난해 선발투수진이 붕괴한 삼성에서 이틀이 멀다 하고 자주 등판해 `정노예'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 정현욱은 투구 수 제한으로 연투 능력이 가장 필요한 WBC에서 중용될 선수로 일찌감치 기대됐다.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정현욱은 "연투 능력을 대표팀 코치진에서 높이 산 것 같다.

후회 없이 열심히 던져보겠다"고 각오를 다졌고 이제 자신의 역량을 펼쳐보이고 있다.

강도높은 훈련으로 지난해보다 얼굴이 한참 핼쑥해진 정현욱이 남은 경기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야만 대표팀 투수진 운용에도 숨통의 트일 전망이다.

(도쿄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