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맺혀 있던 골 가뭄 고민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통쾌한 득점포였다'

`산소 탱크'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지독한 아홉수에서 벗어나 맨유 입단 후 개인통산 10호골 고지를 밟았다.

박지성이 8일(한국시간) 영국 크레이븐 코티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풀럼 FC와 잉글랜드 FA컵 8강 원정 경기에서 후반 36분 시원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가르면서 4-0 완승과 함께 소속팀의 4강 진출을 이끈 것.
지난해 9월21일 첼시와 정규리그 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사냥한 이후 무려 5개월 18일 만에 나온 시즌 2호골이다.

또 FA컵에서는 마수걸이 득점포이고 맨유 입단 이후에는 통산 10호 골이다.

지난 2005년 맨유에 합류한 박지성은 지난해 9월21일 라이벌 첼시전에서 이번 시즌 첫 골을 사냥한 이후 아홉수에 걸려 골 침묵에 애를 태웠다.

박지성은 한국 국가대표로는 지난달 2일 이란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원정경기에서 극적인 동점골로 A매치 통산 10호골을 채웠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도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때 준결승 2차전까지 네 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뛰었던 애제자 박지성을 울며 겨자 먹기로 뺄 수밖에 없었던 것도 `득점력 빈곤' 때문이었다.

거친 몸싸움과 지칠 줄 모르는 강철 체력으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득점 찬스를 만드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미드필더에게 어느 정도의 골 결정력이 필요한 걸 박지성 자신도 항상 느끼고 있던 점이다.

지난달 19일 풀럼전에서 시즌 첫 어시스트를 기록했던 박지성은 예상 외로 선발 출격 명령을 받았다.

오는 12일 인테르 밀란(이탈리아)과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가 예정돼 있어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아껴둘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맨유 소식에 밝은 영국의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도 박지성의 결장을 예상했다.

하지만 1998-99시즌 이후 10년 만의 `트레블'(정규리그.FA컵.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3관왕)을 노리는 퍼거슨 감독은 놓칠 수 없는 일전이라고 판단했는지 `특급 윙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최전방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에게 휴식을 줬을 뿐 박지성에게 선발 출격을 지시했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고 마침내 오랜 침묵을 지켰던 득점포까지 가동해 소속팀의 FA컵 4강행에 앞장섰다.

후반 16분 오른쪽 페널티지역에서 날린 강한 왼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아쉬움을 남겼던 박지성은 3-0으로 앞선 후반 막판 쐐기골을 만들어냈다.

박지성은 후반 36분 상대 패스를 가로채 수비수 사이를 뚫고 드리블해 들어간 뒤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오른발로 강한 슈팅을 날렸다.

빨랫줄 같은 궤적을 그린 공은 골문 오른쪽 모서리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가 몸을 던졌으나 소용이 없었다.

애타게 기다렸던 맨유 통산 10호 골을 통쾌한 쐐기골로 기분 좋게 장식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