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무덤이었던 '빌라 파크의 저주'도 '히딩크 매직'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강호' 첼시와 올 시즌 거센 돌풍을 일으킨 애스턴 빌라가 맞붙은 빌라 파크.
프리미어리그 3-4위인 애스턴-첼시 맞대결이면서도 거스 히딩크(63) 감독이 첼시 사령탑 데뷔전이라는 게 주된 관심사였다.

애스턴은 지난해 11월10일 미들즈브러에 1-2로 진 이후 석 달 넘게 13경기 연속 무패(9승4무) 행진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는 강팀. 이 기간 두 차례 대결을 벌인 아스널을 1승1무로 압도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도 0-0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첼시보다 위협적인 팀'이라고 할 만큼 애스턴의 기세는 대단했다.

특히 첼시는 1999년 이후 10년 넘게 애스턴과 원정에서 9경기 연속 무승(6무3패)의 지독한 징크스에 시달려왔기 때문에 첼시 지휘봉을 잡은 지 열흘도 안 된 `승부사' 히딩크로서도 쉽지 않은 경기였다.

하지만 히딩크가 지휘봉을 잡은 첼시는 지옥의 `빌라 파크'에서 온전히 살아남았다.

전반 19분에 터진 니콜라 아넬카의 선제골을 끝까지 잘 지켜 짜릿한 1-0 승리를 거둔 것. 첼시는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을 챙겨 애스턴과 자리를 맞바꾸며 종전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첼시는 승점 52(15승7무4패)를 기록,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59)와 2위 리버풀(승점 54) 추격에도 불씨를 지폈다.

히딩크 감독도 사령탑 데뷔전에서 승리를 지휘해 `트레블'(정규리그.FA컵.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3관왕) 희망을 살렸다.

위기의 `첼시 군단' 구세주로 나선 히딩크 감독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호언장담의 첫 단추를 낀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애스턴전에 아넬카와 디디에 드로그바, 살로몬 칼루를 공격 라인에 배치해 막강 화력을 극대화했다.

지난 15일 왓포드와 FA컵 16강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했던 아넬카는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8경기 연속 이어졌던 정규리그 골 가뭄을 해소하며 히딩크 감독의 해결사 기대에 부응했다.

또 한때 퇴출설에 휩싸였던 드로그바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문전을 위협했고 프랭크 램퍼드와 미하엘 발락도 경기를 조율했다.

히딩크 감독은 후반 10분 칼루를 빼고 공.수 연결이 좋은 데쿠를 투입해 활기를 불어 넣었고 후반 막판 드르그바 대신 줄리아노 벨라티를 기용해 뒷문을 걸어잠갔다.

결국 첼시는 1-0으로 승리해 지긋지긋한 애스턴 원정 징크스에서 탈출했다.

`히딩크 마법'의 위력이 발휘된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조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사커루' 호주의 16강 진출 쾌거를 지휘했다.

또 지난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때는 러시아를 4강으로 이끈 `명장'이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지만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기대처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과 FA컵 8강 관문을 뚫어야 하는 중책을 안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 후 "새로운 환경에서 좋은 출발이다.

매우 기쁜 건 전반에 우리가 좋은 축구를 했고 볼 점유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또 애스턴의 홈 기록을 깰 수 있었다는 게 중요하다"며 데뷔전 승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