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출신 골퍼 이지혜 "실패는 포기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 1라운드를 하루 앞둔 12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후쿠의 터틀베이리조트골프장 연습 그린은 늘 그렇듯이 한국 선수들로 붐볐다.

한국 국적 선수와 교포 선수 등 40명이 넘는 한국인 선수가 출전한데다 연습에 가장 열심인 선수도 한국 선수이니 연습 그린에선 한국말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린 주변에 포진한 선수 부모 몇몇이 "쟤가 걔야", "어휴, 저런 딸 가진 아버지는 얼마나 뿌듯할까"라고 소근댄다.

바로 올해 투어에 뛰어든 신인 이지혜(26)를 두고 하는 말이다.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LPGA 투어 카드를 손에 쥔 이지혜는 미국에서 하버드와 대학 서열 1, 2위를 다투는 예일대를 졸업했다.

운동 특기생으로 입학한 게 아니라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열심히 공부한 덕에 예일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제학을 전공한 이지혜는 졸업과 함께 이름있는 컨설팅 업체의 홍콩 법인에 입사할 예정이었다.

4학년 1학기 때 졸업 학점을 모두 따놓은 뒤 심심풀이삼아 찾은 예일대 골프부에서 갑자기 프로 골프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무 이유도 없었고, 무슨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는 이지혜는 맹연습 끝에 LPGA 2부투어에 진출했고 프로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지 3년도 채 안돼 LPGA투어 멤버가 됐다.

물론 8살 때부터 골프를 취미로 배웠고 육상 등 다른 운동을 꾸준히 해온 덕에 70대 중반 스코어를 냈던 아마추어 고수였지만 믿겨지지 않을만큼 짧은 기간에 이뤄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1년 동안 2부투어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지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해본 적도 없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구한다면 아무리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실패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꾸준하게 성적 내서 상금 30등 안에 드는 것을 올해 목표로 내걸었다는 이지혜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

명예의 전당 입성이나 메이저 우승 이런 것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게 좋은 것 아니냐"고도 말했다.

"첫 대회니까 놀러올 겸 한번 와봤다"는 아버지 이성재(62)씨는 "멀쩡하게 학교 졸업하고 좋은 데 취직했던 딸이 골프를 한다고 해서 반대하지는 않았다"면서 "자기가 결정한 일"이라고 거들었다.

파워풀한 스윙을 구사하지만 퍼팅이 서툴러서 걱정이라는 이지혜는 "골프에 인생을 다 바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완벽에 가까운 영어 실력에 유명 컨설팅 회사에 입사할 수 있을만큼 뛰어난 학업 성적, 그리고 2년만에 퀄리파잉스쿨에 합격하는 등 다재다능한 이지혜지만 동료 선수들이 연습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다르긴 다르더라"고 부러움을 슬쩍 내비쳤다.

(카후쿠<미국 하와이주>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