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월드컵 4강 신화'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다시 손잡으면서 8년째 이어지는 '찰떡궁합' 인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대표팀 감독인 히딩크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 감독직을 수락했다.

이 소식에 미소 짓는 것은 스콜라리 감독 후임으로 '명장'을 구한 첼시 구단뿐 아니다.

삼성그룹과 삼성전자도 조용히 웃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첼시를 후원하며 유럽 전역 약 9천여만 명으로 추산되는 첼시 팬을 상대로 공격적 스포츠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작년에는 첼시를 통한 광고 문구도 '삼성 모바일'에서 '삼성'으로 바꿔 전자뿐 아니라 그룹 이미지 홍보까지 신경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히딩크 감독의 부임은 삼성 입장에서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한국 월드컵 4강', '러시아 유로2008 4강' 등 잇단 성과를 낸 세계적 감독 히딩크의 존재만으로도 팀과 삼성의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히딩크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은 삼성카드 광고 모델로 출연, 특유의 '어퍼컷' 제스처와 함께 '당신의 능력을 믿습니다'라는 카피를 유행시키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무렵 삼성전자 TV 브랜드 '파브' 광고 모델로도 활동했다.

2년 뒤 지난해 3월 유로2008 대회를 앞두고는 러시아 시장을 겨냥한 LCD TV 광고 모델로 삼성전자와 1년간 계약을 맺었다.

이후 히딩크가 이끄는 러시아팀이 유로2008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4강에 진출함에 따라 러시아 시장에서 삼성 LCD TV가 빠르게 성장하는 데 큰 몫을 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러시아 LCD TV 시장에서 2007년 25.8% (수량 기준) 수준이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31.3%로 뛰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히딩크는 우리에게 행운의 상징과 같은 존재"라며 "이번에도 축구나 마케팅에서 모두 기적과 같은 성과를 거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