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6위 북한 축구가 '난적' 사우디아라비아(53위)를 무려 26년 2개월여 만에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북한은 11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치러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4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 홈 경기에서 전반 29분 31살의 노장 공격수 문인국(4.24체육단)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키면서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북한은 지난 1982년 11월 인도 뉴델리에서 치러진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2-2로 비긴 이후 이어진 역대 전적 3무3패의 열세에서 벗어나면서 '사우디 징크스'를 끝냈다.

특히 북한은 최종예선 B조에서 2승1무1패(승점 7.골득실+1)를 기록하면서 이날 저녁 치러진 한국-이란전에서 한국이 이기면 조 2위로 뛰어오른다.

북한의 뛰어난 기동력과 투지가 돋보인 승부였다.

정대세(가와사키)를 최전방에 내세우고 문인국과 홍영조(로스토프)를 배후에 투입해 사우디의 수비벽을 강하게 압박한 북한은 역습과 함께 상대 공세가 이어질 때 최대 6명의 수비라인을 가동하는 '철벽 수비'로 골을 노렸다.

전반 16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정대세의 왼발 터닝슛을 시작으로 공격의 포문을 연 북한은 오른쪽 측면 오른쪽 윙백 차정혁(압록강체육단)의 오버래핑을 앞세워 공세를 이어나갔다.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이 쌀쌀한 날씨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나오면서 컨디션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선제골은 북한의 몫이었다.

북한의 홍영조는 전반 29분 페널티 아크 정면 부근에서 오른발 힐 패스로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돌파한 문인국에게 기막히게 볼을 내줬다.

순간 당황한 사우디의 수비수 알 타케르 칼레드가 허둥대면서 헛발질을 했고, 문인국이 볼을 잡아 달여나오는 골키퍼를 향해 강한 오른발 슛으로 골 그물을 강하게 흔들었다.

반격에 나선 사우디는 전반 42분 스트라이커 야세르 알 카타니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강하게 슛을 했지만 수비수 박철진(압록강체육단)의 몸을 날린 육탄 방어에 막혀 동점골에 실패했다.

북한은 후반 들어 공세를 멈추지 않았고, 22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남성철(4.25체육단)이 흘려준 볼을 홍영조가 강하게 오른발 슛을 때렸지만 공중으로 뜨고 말았다.

북한은 후반 38분 알 카타니가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 찬 볼을 골키퍼 리명국(평양시체육단)이 몸을 날려 막아내는 '슈퍼 세이브'로 승리를 확신했다.

사우디가 총공세에 나서면서 수비라인이 약해진 틈을 노린 북한은 최전방의 정대세를 향해 긴 패스로 역습을 노렸지만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