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마법'이 위기에 빠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강호' 첼시를 살릴 것인가. 거스 히딩크 러시아 축구대표팀 감독(63)이 첼시의 사령탑까지 겸임하는 '투 잡(job)'을 하게 됐다.

터키에서 러시아 대표팀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11일(한국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예외적인 상황이다.

첼시가 아닌 다른 구단이었다면 '노(No)'라고 대답했겠지만 구단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가능한 한 첼시를 돕고 싶다"며 사실상 첼시 감독직을 수락했다. 러시아축구협회도 대표팀을 계속 지휘하는 것을 조건으로 첼시 사령탑 겸임을 허용했다.

첼시는 최근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지난해 6월 지휘봉을 잡았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을 해임하고 새 사령탑을 찾아 왔다. 첼시는 이번 시즌 14승7무4패(승점 49)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56)와 리버풀(승점 54),아스톤 빌라(승점 51)에 이어 4위로 밀려 있다.

히딩크 감독이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있음에도 첼시 사령탑 직을 수락한 건 '특수 관계' 때문이다. 내년까지 러시아축구협회와의 계약을 연장한 히딩크 감독은 첼시 구단주인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는 것.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5월에도 아브람 그랜트 전 첼시 감독이 경질되고 나서 후임으로 거론됐으나 2008 유럽 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에 전념한다는 이유로 고사했었다.


그는 "풀 타임으로 매일매일 팀을 지휘하겠지만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2~3개월만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스콜라리 감독에 대해서는 "그는 아주 친한 친구라고는 할 수 없어도 자주 통화하는 사이"라면서 "스콜라리 감독은 정직하고 훌륭한 감독이었다"고 말했다.

2002년 한 · 일 월드컵 때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조했던 히딩크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 때는 호주를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데 이어 사상 처음 16강으로 이끌었고 지난해에는 유로 2008에서 러시아의 준결승 진출에 앞장 서는 등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