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 원정경기를 앞두고 치러진 최종 리허설에서 바레인과 접전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오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김정우의 동점골에 이어 1-2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에 이근호의 헤딩골로 간신히 2-2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이란 원정을 앞둔 두 차례 평가전에서 2무를 기록하고 두바이 전지훈련을 마쳤다.

바레인과 역대 상대전적에서는 현재 9승4무2패로 우위를 지켰다.

또 지난 2007년 11월 출범한 허정무호는 칠레와 평가전 0-1 패배 후 17경기 연속 무패(8승9무)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골잡이 이근호가 득점포를 가동했지만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드러내 11일 이란과 최종예선 4차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허정무 감독은 1주 앞으로 다가온 이란 원정에 맞춰 아직 합류하지 않은 박지성, 이영표, 박주영, 오범석을 제외한 선수 중 최정예 선수로 베스트 11을 짜 마지막으로 전력을 점검했다.

이근호와 정조국이 선발 투톱을 맡은 4-4-2 포메이션이었다.

지난 2일 1-1로 비겼던 시리아와 평가전 때 정성훈을 중심으로 염기훈과 이근호를 좌우 날개에 배치했던 3-4-3 전형 대신 투톱 시스템을 재가동해 최적 공격 조합 찾기에 나선 것이다.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친 기성용을 대신해 김치우를 김정우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좌·우 미드필더로 염기훈과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이청용이 선발 출격했고 포백 수비 라인은 왼쪽부터 김동진-이정수-조용형-김창수가 포진했다.

골키퍼 장갑은 `거미손' 이운재가 꼈다.

월드컵 최종예선 B조 1위(2승1무)인 한국(FIFA 랭킹 42위)과 A조 4위(1무2패)인 바레인(FIFA 랭킹 89위)의 맞대결에서 한국이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시리아전보다 몸놀림은 좋아졌지만, 결정적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등 유효 공격이 부족했다.

경기 시작 3분여 왼쪽 프리킥 찬스에서 염기훈이 공을 띄워 주자 정조국이 발을 갖다댔으나 공은 오른쪽 골대를 벗어났다.

전반 8분 바레인은 압바스 아야드가 아크 정면에서 강한 왼발 슈팅을 날렸다.

다행히 골키퍼 이운재가 몸을 던져 쳐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청용과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김창수가 빠른 움직임으로 공격 활로를 뚫었다.

김창수는 전반 15분 이청용의 패스를 받아 오른쪽 엔드라인 부근까지 공을 몰고 간 뒤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했다.

그러나 준비하지 못한 정조국이 슈팅 타이밍을 놓쳐 공은 무릎을 맞고 흘러나갔다.

이청용은 전반 17분에도 오른쪽 깊숙이 침투한 김창수를 보고 공을 찔러줬으나 슛을 하기에는 한 걸음이 부족했다.

왼쪽 라인의 염기훈과 김동진도 힘을 냈다.

염기훈은 1분 뒤 오버래핑으로 측면을 돌파한 김동진에게 패스했고, 김동진이 크로스를 했으나 헤딩을 시도한 정조국의 머리를 살짝 넘어갔다.

전반 30분 볼 터치를 하려다 삐끗하면서 주저앉은 이청용은 허정무 감독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훌훌 털고 일어난 이청용은 전반 37분 염기훈의 크로스가 골키퍼 펀칭으로 흐르자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발을 뻗었다.

하지만 수비수가 먼저 걷어냈다.

전반에 5차례 슛을 하고도 한 차례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던 한국은 후반 들어 정조국을 빼고 장신을 이용한 포스트플레이가 좋은 정성훈을 투입해 이근호의 투톱 파트너로 세웠다.

후반 경기 시작 3분 만에 바레인의 오른쪽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맞는 바람에 실점 위기를 넘긴 한국은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 속에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18분 오른쪽의 돌파한 다우드 살만의 패스를 받은 압둘라 오마르가 왼발슈팅을 하는 순간 마크를 하던 수비수 조용형 등과 엉키면서 넘어지자 주심이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파우지 아이시는 골키퍼 이운재를 속이고 오른쪽 골문 모서리로 침착하게 차 넣었다.

허정무 감독은 이청용 대신 한태유, 김창수 대신 최효진, 조용형 대신 강민수를 대신해 변화를 줬고 문전을 위협하던 한국도 베테랑 김정우의 헤딩골로 균형을 맞췄다.

김정우는 후반 35분 왼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왼발 달인' 염기훈이 프리킥을 올려주자 헤딩으로 내리꽂아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한국은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후반 38분 다시 리드를 빼앗겼다.

오른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이정수가 걷어낸 공이 강민수 몸을 맞고 흐르는 사이 바레인의 오마르가 가로채 문전으로 찔러줬고 압둘라흐만 카미스가 달려들며 왼발로 밀어 넣어 골문을 갈랐다.

또 한 번 위험 지역에서 수비 불안이 부른 뼈아픈 골이었다.

패배가 굳어지는 듯 했던 후반 추가시간 한국을 살린 구세주는 허정무호의 간판 공격수 이근호였다.

이근호는 염기훈이 왼쪽 코너킥을 올려주자 오른쪽 골문 앞에서 도사리고 있다가 헤딩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11월19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 이후 47일 만의 기분 좋은 득점포였다.

전문 키커로 나선 염기훈도 이날 김정우와 이근호의 골을 모두 합작하는 등 뛰어난 크로스 능력을 뽐냈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 후 "공격 장면에서 여러 차례 좋은 장면이 있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수비 실수와 방심으로 상대에게 결정적 기회를 내주는 것도 남은 기간 보완해야 할 점이다.

절대 이란전에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은 5일 밤 두바이를 떠나 비행기로 2시간 여 이동, 6일 오전 결정의 땅인 테헤란에 발을 디딜 예정이다.

(두바이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