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피겨퀸' 김연아(19.군포 수리고)와 일본의 자존심 아사다 마오(19.일본)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을 1년 앞두고 '미리 보는 금메달 경쟁'을 펼친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오는 5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 실내빙상장에서 치러지는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결을 시작한다.

김연아는 지난해 고양시에서 치러진 4대륙 대회를 앞두고 고관절 부상으로 불참했고, 아사다는 자신의 첫 4대륙 대회 도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사다로선 이번 대회가 타이틀 방어전이다.

김연아는 5일 오전 11시15분부터 쇼트프로그램에, 7일 오전 11시부터 프리스케이팅 연기에 나선다.

◇ '김연아의 정석 점프' Vs '아사다의 화려한 기술'

주니어 시절부터 '용호상박'의 실력대결을 펼쳐온 김연아와 아사다는 2006-2007시즌부터 시니어 무대로 자리를 옮겨 '피겨여왕' 자리를 놓고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펼치고 있다.

김연아가 정확한 점프와 짜릿한 표정 연기로 팬들의 가슴을 녹였다면, 아사다는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연기력과 화려한 점프 기술로 ISU 랭킹 1위까지 올라섰다.

아사다가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199.52점)을 가지고 있다면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71.95점)과 프리스케이팅(133.70점)에서 각각 역대 최고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김연아는 '교과서 점프'로 인정받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9.50점)와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8.80점),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7.5점)이 무기다.

이에 맞서는 아사다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차례 트리플 악셀을 포함해 총 7차례의 트리플 점프를 구사하는 화려함과 역동성을 앞세워 금메달 도전에 나서고 있다.

◇ '실수가 메달 색깔을 바꾼다'

김연아의 약점은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루프(기본점 5.0점)의 성공률이 낮다는 것. 이 때문에 이번 시즌에는 더블 악셀(기본점 3.5점)을 연기 후반에 넣어 가산점을 받는 작전을 구사해왔다.

아사다 역시 장기인 트리플 악셀이 '양날의 검'이다.

아사다는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때에는 두 차례 트리플 악셀을 모두 가산점을 받았지만 연이어 치러진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는 모두 다운그레이드돼 더블 악셀로 처리됐다.

퍼시픽 콜리시움 빙상장의 무른 얼음도 변수다.

김연아는 3일 오전 첫 훈련을 마치고 나서 "얼음이 깨진다.

너무 물러서 점프 감각을 찾는데 힘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빙질이 무르면 점프하는 순간에 스케이트의 날 끝이 얼음 속에 깊이 박혀 점프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아사다 역시 트리플 악셀을 완성하려면 무른 빙질에 따른 착지 타이밍을 빨리 찾아야 한다.

특히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겨냥해서라도 퍼시픽 콜리시움의 빙질 적응을 서둘러 마치는 게 두 선수의 과제다.

◇ '우리도 우승 후보'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와 아사다의 대결 구도에 밀려 빛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왕언니' 수구리 후미에(29.일본)와 개최국 캐나다의 조애니 로셰트(23)도 눈여겨봐야 할 선수다.

수구리는 연륜에서 묻어나는 완숙미가 일품으로 비록 러츠 점프에서 롱에지(Wrong edge)를 사용하는 게 흠이지만 4대륙 대회를 무려 두 차례나 석권했었다.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ISU 랭킹 8위인 로셰트는 2008년 4대륙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했고, 이번 대회 참가 선수 가운데 아사다와 김연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역대 최고점(188.89점)을 자랑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대회 4위에 빛나는 김나영(19.연수여고)과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우승 경력을 가진 캐롤라인 장(16)과 레이철 플랫(17.이상 미국)도 다크호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