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마약을 팔던 10대 흑인 소년이 미국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 '슈퍼볼'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주인공은 2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탬파시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43회 슈퍼볼에서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극적인 재역전승을 이끈 산토니오 홈스(24).와이드 리시버인 홈스는 이날 경기 종료 42초를 남겨 두고 쿼터백 벤 로슬리스버거가 던진 6야드 패스를 상대팀 선수 3명을 제치고 받은 뒤 터치다운을 찍으면서 MVP로 선정됐다.

피츠버그는 홈스의 극적인 터치다운으로 27-23으로 재역전에 성공하면서 3년 만에 슈퍼볼 우승 트로피인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홈스는 고향인 미국 플로리다주 벨 글레이드에서 마약상 일을 하면서 어린 시절을 지냈다.

글레이드 고등학교 때 미식축구공을 처음 잡은 홈스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리시버로 뛰고서 2006년 피츠버그에 입단해 3년 만에 꿈의 무대인 슈퍼볼에서 MVP로 뽑히는 인생 역전을 경험했다.

홈스는 슈퍼볼을 며칠 앞두고 자신이 마약상이었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어머니의 영향과 프로풋볼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이 일을 그만두게 했다"며 "힘든 상황에 부닥친 젊은이들이 나처럼 인생을 바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계 스타 하인스 워드(32)는 무릎부상이 완쾌되지 않았는데도 선발출전,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워드는 이날 2006년 슈퍼볼 최우수선수로 뽑힐 때만큼의 활약에는 못 미쳤으나 생애 두 번째 슈퍼볼에서 팀의 맏형 역할을 충실히 했다.

워드는 1쿼터 초반 쿼터백 벤 로슬리스버거의 38야드짜리 첫 번째 패스를 성공적으로 받아내면서 피츠버그 쪽으로 경기 분위기를 이끄는 투혼을 발휘했다. 워드의 전진에 힘입어 피츠버그는 제프 리드가 필드골을 넣으면서 3-0으로 앞서나갔다.

피츠버그는 2쿼터 들어 애리조나의 노장 쿼터백 커트 워너(38)의 송곳 같은 패스가 되살아나면서 10-7로 쫓기기도 했다.

그러나 2쿼터 종료 1분을 남겨두고 워너의 패스를 피츠버그의 제임스 해리슨이 가로채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100야드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면서 17-7로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애리조나의 추격도 끈질겼다. 4쿼터 들어 래리 피츠제럴드가 워너의 패스를 받아 2번이나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면서 20-23으로 역전에 성공한 것.

경기 시간은 2분도 채 남지 않아 애리조나 응원석은 역사적인 슈퍼볼 우승 기대로 술렁였다. 피츠버그는 그러나 경기 종료 42초를 남겨두고 홈스가 6야드 패스를 받아 터치다운을 찍으면서 재역전에 성공,3시간30여분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