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 설기현(30.알 힐랄)이 한국 선수로 처음 진출한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무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서 앞으로 활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설기현은 24일(한국시간) 리야드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알 나스로와 경기에서 쐐기골을 어시스트하면서 지난 14일 이적 후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후 두 경기 만에 수확한 공격포인트다.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어도 설기현은 날카로운 크로스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이국 땅에서 주전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풀럼 FC 시절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 2군에서 뛰거나 벤치를 지켰던 때와 다른 모습이다.

많이 뛰면서 실전 감각이 좋아진 건 설기현에게 가장 큰 선물이다.

설기현은 알 힐랄 데뷔전이었던 지난 14일 알 와타니와 경기 때 전.후반 90분을 모두 뛰며 세 차례 정교한 크로스를 올렸다.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나 현지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자신감을 얻은 설기현은 마침내 두 번째 출장 만에 첫 공격포인트를 사냥했다.

이날 알 나스르전은 걸프컵에 대표팀 일원으로 출전했던 간판 골잡이 야세르 알 카타니 등 주전 선수들이 대거 복귀했다는 점에서 설기현의 활약은 의미가 크다.

설기현은 알 카타니와 투톱으로 나서 상대 진영에서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공간을 창출하는 한편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급기야 후반 34분 오른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드로인한 공을 감각적인 왼발 로빙패스로 연결해 미렐 라도이의 쐐기골을 이끌어냈다.

거친 몸싸움과 툭하면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침대 축구'를 구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서 출발로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소속팀 알 힐랄도 이날 승리로 14경기 연속 무패(10승4무) 행진을 달리면서 알 이티하드를 끌어내리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한국 대표팀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때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2-0 승리를 엮어내며 `19년 무승 징크스'를 털어냈던 장소인 킹파드 스타디움을 찾은 알 힐랄 서포터스들도 `코리아 파이팅'을 외치며 설기현을 응원했다.

설기현의 남은 과제는 시원한 득점포를 가동하며 알 힐랄의 간판 공격수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설기현은 풀럼 소속이던 지난해 8월17일 2008-2009 프리미어리그 헐시티전에서 헤딩슛으로 골을 넣은 이후 득점이 없다.

한국 대표팀 일원으로 A매치 79경기에서 18골을 수확했음에도 지난해 2월6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월드컵 3차 예선에서 두 골을 사냥한 게 마지막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5월 월드컵 3차 예선 요르단-투르크메니스탄 원정을 끝으로 후배들에게 밀려 허정무호에 발탁되지 못하고 있다.

설기현은 소속팀이 지난해 리그 우승으로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함에 따라 32강 관문을 통과하면 수원 삼성과 FC 서울, 울산 현대 등 국내 팀과 맞대결할 가능성이 있다.

기분 좋게 출발한 설기현이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굳히는 한편 한국 대표팀 복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