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숭실대와 연습경기를 치른 19일 제주월드컵경기장. 지난 10일 소집 후 세 번째 연습경기에서 대표팀은 모처럼 득점포를 뿜으며 4-0 승리를 거뒀다.

비록 시즌 종료 후 휴식을 취하다 모여 몸 상태나 경기력 등이 정상이 아니었지만 앞선 광운대, 고양 국민은행과 연습경기에서는 모두 1-1로 비겨 체면을 구긴 대표팀이었다.

이날 숭실대전에서는 대표팀 부동의 골잡이로 자리매김한 이근호(대구)가 두 골을 넣었다.

하지만 이근호 못지않게 눈길을 끈 것은 FC서울 소속의 '두 마리 용' 이청용(21)과 기성용(20)이었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20세 이하 청소년대표를 거쳐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대표로도 활약했고, A매치 데뷔전을 치르자마자 대표팀 주축으로 성장한 한국 축구의 '블루칩'이다.

4-4-2 포메이션에서 이청용은 오른쪽 미드필더,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호흡을 맞췄다.

기성용이 수비형으로 처진 한태유(서울)보다 전진 배치돼 미드필더는 다이아몬드 형이 됐다.

이청용은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대표팀은 전반 36분 이청용의 첫 골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답답한 경기를 했다.

패스 연결도 매끄럽지 못했을 뿐더러 공격진에서는 혼자 무리하게 공을 몰려다 상대에게 빼앗겨 흐름이 끊기곤 했다.

어이없는 패스 실수로 오히려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청용의 선제골 이후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이청용은 코너킥 공격 때 문전 혼전 상황에서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흐른 공을 강하게 오른발로 차 넣었다.

후반에는 비록 정성훈(부산)의 득점으로 인정됐지만 헤딩으로 다시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

후반 11분 이근호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렸고, 정성훈이 헤딩으로 골문 안에 꽂아 넣으려던 것을 이청용이 머리를 갖다 대 방향을 틀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성용도 "청용이가 헤딩골이 잘 없는데 오늘 두 골이나 넣었네요"라고 말할 정도로 득점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정성훈의 득점으로 결정났다.

대표팀 막내인 기성용도 돋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경기 초반 잘 풀리지 않던 공격도 나이답지 않게 노련한 기성용의 볼 배급이 살아나면서 활기를 찾았다.

기성용은 코너킥도 도맡았다.

전반 41분에는 코너킥으로 이근호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청용의 선제골도 기성용의 코너킥이 출발이었다.

기성용은 후반 16분 하대성과 교체됐고, 이어 이청용이 후반 28분께 김창수에게 자리를 내주고 그라운드를 나왔다.

기성용은 "선수들이 그 동안 많이 쉬어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70∼80% 정도는 올라 온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공격에서 세밀함이나 움직임이 많이 부족하고 더 가다듬어야 한다"고 선수들의 상태를 전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중요한 경기가 많다.

내 인생의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각오도 내비쳤다.

이청용과 함께 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데 대해서는 "우리가 잘 해야 된다.

국가대표로 뛰는 것은 너무나 영광스러운 일이다.

기대에 대한 부담이 있어야 채찍질도 하고, 더 노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서귀포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