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정으로는 친선경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FC서울). 수원 월드컵경기장을 놔두고 서울에서 경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수원 삼성). 정규리그 중 외국팀 초청 경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한국프로축구연맹)'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14일 `아시아 투어 2009' 일정을 발표하자 해당 구단인 서울, 수원과 프로연맹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길 맨유 사장은 14일 마카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7월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 또는 수원과 방한 경기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달 16일 영국 맨체스터를 출발해 열흘 동안 중국-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4개국을 도는 투어다.

하지만 문제는 맨유가 지목한 서울이나 수원과 일정과 관련한 합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7년 7월 맨유와 첫 친선경기로 뜨거운 호응을 얻어냈던 서울의 한웅수 단장은 "맨유와 협의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서울은 맨유가 발표한 경기 당일 전날인 7월19일 강원FC와 정규리그 원정경기가 잡혀 있다.

하루를 쉬고 맨유와 맞대결을 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원 역시 대전 시티즌과 주말 경기가 있는 데다 홈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의 안방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맨유와 경기한다는 걸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컵대회 8강에 직행한 양팀은 8강 2차전이 이틀 뒤인 7월22일 예정돼 있다.

맨유가 최근 프로연맹이 대진 추첨으로 K-리그와 컵대회 일정을 확정하기 전에 방한 일정을 정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프로연맹도 당황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시즌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맨유의 초청경기는 불가하다는 태도다.

맨유가 서울과 방한 경기를 벌였던 2007년에는 아시안컵에 참가한 대표팀 일정 때문에 휴식기여서 K-리그와 충돌하지 않았다.

`산소 탱크' 박지성이 뛰는 맨유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 등 특급 스타들을 앞세워 2007-2008시즌 프리미어리그 2연패와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제패로 `더블 우승'을 이루고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우승컵까지 들어올린 세계 최강 구단이다.

하지만 이번 방한 일정 발표는 맨유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3류' 수준의 행정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맨유의 아시아 투어 발표에는 일정만 정하면 K-리그 구단이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안이한 발상이 자리하고 있다.

해당 구단과 상의를 하지 않은 건 경솔했던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