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주 장흥유원지는 한때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 같은 곳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러브호텔과 유흥주점,카페,음식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향락의 대표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부터는 가족들을 위한 건전한 나들이 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2006년 5월 장흥아트파크가 문을 열었고,2007년 7월에는 송암천문대가 생겼다. 장흥자생수목원까지 있어 아이들의 자연생태 교육에 좋다.

추운 겨울에 수목원과 천문대가 안 어울릴 법도 하지만 이는 가 보지 못한 사람들의 변명일 뿐이다. 수목원에는 몸을 녹일 수 있는 온실이 있고,천문대에서는 겨울밤에 별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입김을 불며 구경하다가 주변 맛집에 들어가서 먹거리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따뜻한 온돌방에 앉아 맛보는 민물 매운탕 역시 일품이다.



송암천문대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

네덜란드의 천재 화가 반 고흐는 별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차가운 겨울밤,고흐의 별들을 상상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별을 관찰하기에는 겨울철이 좋다. 밤이 길기도 하지만 대기가 깨끗하기 때문이다.

장흥면에 있는 송암천문대는 국내 최대 규모,최신 설비의 사설 천문대다. 계명산에 자리한 송암천문대는 건물까지 올라가는 케이블 카,우주 교육 전문 공간인 스페이스 센터,숙박 시설인 스타 하우스로 구성돼 있다.

우선 케이블 카를 타는 것부터 재미있는 '놀이'다.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사패산까지 이어지는 장대한 능선이 장관을 이룬다. 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저녁 노을도 일품이다.

천문대에서는 무작정 별 관측부터 하는 것보다 스페이스 센터에서 교육을 먼저 받는 것이 좋다.

이곳에는 사계절 별자리와 우주의 신비를 편안하게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디지털 플라네타륨과 최첨단 시뮬레이션 그래픽으로 우주를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는 챌린저 러닝센터가 갖춰져 있다.

특히 챌린저 러닝센터는 놀이처럼 즐기며 우주에 대한 정보와 지식들을 얻을 수 있는 우주학습 공간으로 한꺼번에 35명이 이용할 수 있다. 우주 공간을 비행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담아 태양계와 우주를 이해하기 쉽도록 꾸며놓았다. 주 관측실에서는 돔이 개방되면서 밤엔 물론이고 낮에도 별을 관측할 수 있다. 갈릴레이관에는 반사식·반사굴절식·굴절식 등 최고급 망원경 일곱 종류를 갖춰 놓았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는 인공 천체를 통해 일식과 성운 등 다양한 우주의 모습을 살펴본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미리 예약하고 가야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 www.starsvalley.com (031)894-6000

장흥아트파크

장흥아트파크는 전시·공연장,아틀리에 등을 갖춘 문화 공간이다. 가나아트를 중심으로 30여개 화랑이 200억원을 투자해 토탈미술관과 주변 지역 4만㎡를 장흥아트파크로 리모델링한 것.지상 2층,지하 1층의 미술관은 450평 규모로 꾸며져 있다. 백남준,앤디 워홀,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국내외 거장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고 기획 전시도 연중 이어진다.

3000여평의 조각공원엔 부르델,조지 시걸 등 고전과 현대를 대표하는 외국 작가들의 작품과 강대철,문신,전국광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10여 그루의 고목 밑 잔디밭에 전시돼 있다. 이 잔디밭은 늘 개방된다.

특히 '폴란드의 서사시' 등 조각품이 설치된 '부르델 정원'은 로댕,마이욜과 아울러 근대 조각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부르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입장료는 어른 7000원,어린이 5000원.센터 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체험 프로그램 비용은 별도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연중 무휴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031)877-0500

◆장흥 자생수목원

장흥자생수목원은 수령 100년 이상의 잣나무숲 7만여평과 아기자기한 오솔길,원시림 등으로 구성된 곳이다. 숲속의 쉼터,계절 테마원,자연생태관찰원,고산식물원,나비원,고사리원,원추리원,분재원 등의 다양한 테마에 따라 2000여종의 야생화가 철마다 핀다.

기존 산림의 모양과 식생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자연 생태를 고려해 만들었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돌이 있어야 할 곳에 돌이 있고 나무가 있어야 할 곳에 나무가 있는 곳'이 수목원의 모토다. 겨울철이라 돌아다니기 힘들다면 곳곳에 있는 온실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갖가지 식물들을 온실 안 난로 옆에서 즐길 수 있다. 수목원을 찾는 손님은 무료로 커피와 군고구마를 먹을 수도 있다.

11월부터 3월까지는 오전 10시30분~오후 6시에 문을 연다. 어린이 5000원,어른 6000원.(031)826-0933

글=박신영 기자/사진=임대철 인턴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