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500만 관중 돌파라는 겹경사를 맞았던 2008년 국내 프로야구의 또 하나 화두는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2연패와 이를 가능하게 한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이었다.

지난 시즌 우승팀 SK는 올해도 초반부터 독주했다.

개막한 지 한 달도 안 된 4월20일 잠실에서 두산베어스를 11-2로 이기고 선두로 올라선 SK는 이후 한 번도 2위로 내려서지 않았고 최종 83승43패(승률 0.659)로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팀 방어율(3.22)은 8개 구단 중 압도적 1위, 팀 타율(0.282)은 롯데 자이언츠와 공동 1위였다.

SK는 기세를 이어가 2년 연속 두산과 치른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패배 뒤 파죽의 4연승으로 우승컵을 들며 천하통일을 이뤘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해태(1986-1989, 1996-1997)와 현대(2003-2004), 삼성(2005-2006) 등 3개 구단에 불과했다.

이 같은 SK의 빛나는 성적에는 무섭게 성장한 선수들이 있었다.

프로 2년차 투수 김광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으로부터 혹독한 조련을 거치면서 한국 프로야구 최고 투수로 거듭났다.

16승에 탈삼진 150개로 투수부문 2관왕에 오르며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데 이어 골든글러브까지 품에 안았다.

지난해 타율 0.323, 홈런 9개에 44타점으로 활약했던 정근우는 타율 0.314에 홈런 8개, 58타점으로 팀 공헌도가 더욱 좋아졌다.

최정은 작년 타율 0.267에 홈런 16개, 66타점을 기록했지만 4년차인 올해 타율 0.328에 홈런 12개, 61타점을 올리며 '소년장사' 꼬리표를 완전히 뗐다.

SK 타자 중 규정 타석을 채운 이는 박재홍, 최정, 정근우, 나주환 등 4명뿐이었다.

거의 전 포지션에서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이 엇비슷했기에 김 감독은 선수단을 폭넓게 기용했다.

특정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모두가 주전으로 활약하는 `토털 야구'가 가능했던 것은 김 감독의 조련 덕분이다.

SK는 자타가 공인하듯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한다.

김 감독은 이런 훈련 속에서 개인별 `족집게 과외'를 통해 선수들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키워나가는 역량을 발휘했다.

상상을 넘어서는 훈련량에다 김 감독이 제시한 탁월한 분석이라는 도움까지 받은 선수들은 자신감을 느끼게 되면서 상황에 맞춰 알아서 판단하고 스스로 풀어가는 자율 야구를 펼칠 수 있었다.

구단도 김 감독의 리더십을 인정했다.

SK는 김 감독과 계약금 8억원, 연봉 4억원 등 3년간 총 20억원에 다년 계약을 맺었다.

2006년 11월 현대 유니콘스에서 LG 트윈스로 사령탑을 옮겼던 김재박 감독이 기록한 3년간 15억5천만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액이다.

재계약 직후 "3년은 젊은 선수들을 더 많이 키워내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는 시기"라고 소감을 밝힌 김성근 감독이 앞으로 SK를 얼마나 더 강한 모습으로 변모시킬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