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LPGA 시즌 피날레 우승…"내년 신인왕 찍고 세계 1위로"

"정말 잘 친다. 약점이 별로 없는 선수다. 한국선수들 가운데 잠재력이 가장 크다. "(캐리 웹)

"LPGA투어에서 위대한 선수가 될 것이다. 여자골프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게 틀림 없다. "(폴라 크리머)



신지애(20ㆍ하이마트)가 본격적으로 세계 골프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4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트럼프인터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미국 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ADT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100만달러의 '잭 팟'을 터뜨린 것이 계기다. 신지애는 미국투어 비회원 자격으로 시즌 3승을 거두는 기록도 작성했다. 내년부터 미 투어에서 뛰게 되는 신지애는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꿈이다. 내년에 신인왕을 목표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투어 정상급 선수들은 신지애를 '대단한 선수'로 평가했다. 이날 맞대결을 펼쳐 신지애에 1타차로 패한 웹은 "신지애는 한 번도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린을 미스한 것도 두어 차례에 불과하다. 정말 볼을 잘 친다. 퍼트도 너무 잘한다. 엄청난 선수다"고 치켜세웠다. 평소 한국 선수들에게 냉랭하고 무뚝뚝한 것으로 알려진 웹이지만 신지애의 실력을 인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것.웹은 미국 투어에 오면 바로 '톱5'에 들겠느냐는 외신기자들의 물음에 주저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웹은 특히 "신지애는 최종일 100만달러 우승상금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어 보였다. 플레이를 하면서 어떤 중압감도 갖지 않았다. 어려운 16,17,18번홀에서도 핀을 향해 샷을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신지애 100만달러 박스를 거머쥐다
올 시즌 5승을 올리며 미국 골프의 희망으로 떠오른 폴라 크리머도 "신지애는 볼을 똑바로 보낸다. 상상력도 대단하다. 게다가 그녀는 너무 겸손하다. 미국에 와서 위대한 선수가 돼서 여자골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도 신지애가 2007년부터 전 세계를 돌며 27승을 올렸다며 2009년 LPGA투어를 이끌어갈 선두주자라고 평가했다. AFP통신은 "올해 35개 대회에 나와 11승을 따낸 신지애는 앞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2개 대회를 더 뛸 예정이다. 2009년 LPGA 투어 전체 대회 수인 34개보다 많은 대회에 출전한 셈"이라며 기량과 함께 신지애의 강철체력과 꾸준한 성적에 주목했다.

이날 신지애의 우승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32명의 출전선수 중 8명만이 4라운드에 진출,이전 라운드 성적과 관계없이 새로 시작한 이날 경기에서 신지애는 웹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2,3번홀에서 기분좋은 연속 버디를 낚았으나 6번홀(파3)에서 티샷이 물에 빠지면서 보기를 했다. 신지애는 "물에 빠져 보기를 한 다음홀에서 '아직 12개 홀이 남았다'는 생각으로 드라이버를 빼들었다. 그린을 놓쳤지만 결국 파로 막았는데 그 홀이 오늘의 포인트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웹이 전반에 1타 앞서며 신지애를 압박했으나 11번홀부터 3연속 보기로 무너진 것도 우승에 도움이 됐다.

신지애는 "오늘은 샷 감각이 좋았는데 전반까지는 웹과 차이가 거의 나지않아 약간 긴장했다. 그러나 웹이 11번홀부터 3연속 보기를 해 편안해졌다. 중압감을 느낄 때일수록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아니면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면서 긴장을 풀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