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20일(한국시간) 오전 1시35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파드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2010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을 갖는다. 허정무호로서는 월드컵 본선 직행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일전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3위인 한국은 한 계단 높은 사우디아라비아(52위)와 최종예선 B조에서 1승1무로 동률이지만 골 득실(한국 +3,사우디 +1)에서 앞선 불안을 선두를 지키고 있다. 원정에서 승점 3점을 보탠다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행 티켓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지만 사우디에 덜미를 잡힌다면 2위 자리도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의 관심사는 1989년 이탈리아월드컵 예선에서 2-0 승리를 거둔 이후 무려 19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6경기를 치르면서 3무3패에 머무른 무승행진을 깨는 일이다.

허 감독 역시 사우디와 지긋지긋하게 이어온 대표팀 A매치 '19년 무승 징크스'의 희생자 중 한 명이기도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승리를 맛봤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00년 아시안컵 사령탑을 맡았던 허 감독은 사우디와의 준결승에서 1-2로 패했던 쓰린 과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허 감독은 1999년 10월 올림픽대표팀 사령탑 시절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올림픽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3-1로 이겼던 추억도 있다. 당시 승리를 거뒀던 곳이 바로 리야드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허 감독이 2000년 사우디에 질 때 상대팀 사령탑이 바로 현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나세르 알 조하르 감독이라는 것이다. 8년여 만에 복수전을 펼칠 기회를 잡은 셈이다. 더불어 2000년 아시안컵 패배 당시 허 감독과 함께 나섰던 이운재 이영표 박지성도 '복수'를 꿈꾸고 있다.

풀백 이영표는 이번 사우디전에 출전하면 대표팀 선수들의 가장 큰 영예 중 하나인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에 가입하게 된다. 1999년 6월 코리아컵 멕시코전 전반 22분 최성용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나서면서 A매치 데뷔전을 가졌던 이영표는 지난 9년 동안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며 A매치 99경기를 치렀다. 흥미로운 것은 이영표가 A매치 데뷔전을 가질 때 사령탑이 허 감독이었고,100경기째를 맞는 경기에서도 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지성과 박주영은 나란히 A매치 9골째를 기록하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통산 10호골에 도전한다. A매치 73경기에 나선 박지성은 지난달 15일 아랍에미리트와의 최종예선 2차전 이후 두 경기 연속골을 노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