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경기 내용에는 큰 불만이 없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일전에서 선수를 기용하는 데 좋은 기준이 될 것 같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15일(한국시간) 카타르 평가전에서 1-1로 비긴 뒤 이날 경기가 사우디아라비아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20일 새벽 1시35분)에 나설 베스트 11을 가리는 시험 무대였다고 설명했다.

허벅지 부상에 발목을 잡혀 대표팀에서 낙마한 수비수 김동진(제니트)을 제외한 해외파 4명이 16일과 17일 합류하는 대로 최종 엔트리 18명 구성에 들어갈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카타르 평가전에서 선수들이 보여줬던 기량과 역할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전에는 국내파 20명 중 골키퍼 김영광(울산)을 제외한 19명을 가동했다.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해 몸 상태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던 허정무 감독은 "초반 스타팅 멤버와 후반에 들어간 선수가 차이가 났다"며 전반에 투입한 선수를 중용할 것임을 내비친 뒤 "해외파 합류 후 어떻게 조합을 이룰지 좋은 기준이 됐다"고 전했다.

일단 주전 골키퍼는 1년4개월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거미손' 이운재(수원)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시안컵 음주사건으로 받았던 대표팀 1년 자격정지 징계가 풀려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은 이운재는 도하 도착 후 두 차례 훈련에서 주전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또 15일 카타르와 평가전에서도 후반 29분 상대 프리킥이 우리 수비수 몸을 맞고 굴절되면서 동점골을 내준 걸 제외하고는 수차례 선방을 펼쳐 무난한 복귀 신고를 했다.

그동안 허정무호에서 붙박이로 골문을 지켰던 정성룡(성남)은 이운재의 뒤를 받친다.

허정무 감독이 카타르전에서 빼든 4-4-2 포메이션의 포백 수비라인 중앙수비수는 강민수(전북)와 조용형(제주)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강민수와 조용형은 카타르전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격했던 조원희(수원)와 함께 전.후반 90분을 모두 뛰었다.

왼쪽 풀백은 김동진의 부상 낙마로 `왼발 달인' 김치우(서울)가 맡을 공산이 크다.

김치우가 카타르전에서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지만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오른쪽 풀백은 지난달 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 4-1 대승 때 선발 출장했던 이영표(도르트문트)가 사실상 예약했다.

그러나 김치우 발목 상태가 좋지 않다면 이영표가 왼쪽으로 이동하고 조원희나 오범석(사마라), 최효진(포항) 중 한 명이 오른쪽 최종 수비라인을 지킬 수도 있다.

중앙미드필더는 노련한 김정우(성남)와 기성용(서울)이 허정무 감독의 신임을 받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의 골문을 열 투톱에는 이근호(대구)-정성훈(부산) 콤비가 계속 호흡을 맞출 전망이다.

이근호는 UAE전까지 A매치 두 경기 연속 두 골을 넣었고 정성훈은 장신(190㎝)을 이용한 고공 플레이에 강하다.

이근호-정성훈 투톱은 카타르전에서도 무난한 활약을 보여줬다.

그러나 프랑스 무대에 안착한 스트라이커 박주영(AS모나코)의 배치는 허정무 감독의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17일 대표팀에 가세해 선수들과 발을 맞춰볼 시간이 적은 박주영은 경기 후반에 `조커'로 투입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오른쪽 날개는 카타르전 선제골 주인공이 이청용(서울)이 경쟁 우위를 점한 가운데 관심을 끄는 왼쪽 윙포워드는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차지가 될 게 유력하다.

박지성은 처음 주장 완장을 찼던 UAE전에서 1골 1도움의 불꽃 활약으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반면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때 두 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한 뒤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대표팀에 돌아온 `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울산)은 카타르전에서 한 차례 유효슈팅을 기록했으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는 실패했다.

또 후반에 교체 투입됐던 `프리킥 달인' 김형범(전북)과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하대성(대구), 임유환(전북), 백업 공격수 서동현(수원), 베테랑 미드필더 송정현(전남), 중앙 수비요원 김치곤(서울)도 주전 경쟁에서 다소 밀려 있는 상태다.

허정무 감독은 현지시간으로 16일 오후 7시 도하에서 마지막 훈련을 지휘한 뒤 17일 사우디아라비아로 넘어가 최종 엔트리 18명과 베스트 11을 확정한다.

(도하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